문재인 대통령이 다가가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깍듯하게 허리를 두 번 굽혔다. 이어 두 사람은 악수로 인사했다. 말은 없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첫 대면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3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가운데 윤 총장의 참석 소식이 알려지며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대면에 관심이 쏠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두고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미묘한 이상 기류가 이어졌던 까닭이다.
이 같은 관심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이 입장하기에 앞서 회의장에 먼저 도착한 윤 총장은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오른편에 앉은 김영문 관세청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예정된 시각을 5분가량 남기고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윤 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입구 쪽을 향해 몸을 돌려 섰다.
문 대통령은 민갑룡 경찰청장을 시작으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등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인사 이후 문 대통령은 윤 총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윤 총장은 두 손을 몸통에 붙인 채 먼저 허리를 숙인 후 세웠다가 문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시선을 맞추고 재차 허리를 굽혔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김영문 관세청장과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마치고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이어지자 윤 총장은 꼼꼼히 받아쓰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총장은 메모 중 종종 고개를 들어 문 대통령을 바라봤다.
문 대통령 역시 모두발언을 이어가던 중 수차례에 걸쳐 윤 총장에게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특별히 검찰개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면서 윤 총장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다. 국민들이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더 높은 민주주의, 더 높은 공정, 더 높은 투명성, 더 높은 인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으로 요구가 집중되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권력기관들도 같은 요구를 받고 있다고 여기면서 함께 개혁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논란과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사법절차 착수 등을 두고 청와대와 검찰이 갈등 양상으로 비친 것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한다. 이제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이후의, 그다음 단계의 개혁에 대해서도 부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