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중견기업회장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공정위에 일갈

2019-11-0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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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견기업인들 “기업 활동 옥 죄서는 안 된다”

조 위원장 “부당한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를 하고 있다.[사진=김태림 기자]


“미국 택시회사들이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 법원은 ‘공정거래법은 경쟁자를 지키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지키려 존재한다.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면 우리는 지금 택시가 아닌 마차를 타고, 컴퓨터가 아닌 주판을 쓰고 있을 것’이라며 판결했습니다. 한국의 공정거래법 역시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막거나 기업 활동을 옥 죄어선 안 됩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개최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중견기업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중견기업인들은 조 위원장에게 “공정한 거래질서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공정과 정의만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현장에서 기업가 정신을 저해하는 경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앞서 조 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사에서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제재를 예고했으며, 최근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도 “자산 5조원 아래 중견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를 깊이 있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미 몇 개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도 조 위원장은 “제대로 된 내부거래는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활동이며, 부당한 내부거래가 일감몰아주기인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강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제공]


강연에 참석한 중견기업인들은 “공정경제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저성장, 일본수출규제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입모아 말했다.

특히 강 회장은 강연 전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 검찰에 기소를 당한 렌터카기반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언급하며 정부의 과도한 공정정책 집행에 대해 일갈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은 공정을 지키기 위한 존재다. 그런데 공정, 정의, 평등에 대한 레토릭(수사)이 주변에 너무 많아, 솔직히 우리 중견 기업인들은 어떤 공정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위한 정의를 이야기하고, 누구를 위한 평등을 위한 이야기하는 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강 회장은 밀턴 프리드먼의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를 인용하면서 지배구조,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부실기업 인수 시 계열편입 유예, 하도급 거래 시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 역차별 등이 기업인들을 어렵게 하고 있어 이런 부분들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자세히 살펴보면 거래비용절감이나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 수직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위해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부분까지 일감몰아주기로 보면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은 “(조 위원장이) 기업인들을 좀 더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요즘 모임에 가면 기업입들이 회사 걱정하느라 죽을 지경이다. 기업인 기 살리는데 앞장 서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지적에 조 위원장은 앞서 강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는 생각에 공감한다”면서도 “정부 개입 전에 중견기업인들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일감몰아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중견기업인들에게 공정거래법 준수를 주문했다.

다만 조 위원장은 중견기업인들과 소통을 위해서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규모와 업종에 상관없이 기업하시는 분들 목소리를 많이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CEO 조찬 강연나선 조성욱 공정위원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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