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의 장례를 철저히 가족장으로 치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장례 이튿날째인 30일에도 조용한 장례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라 가족 이외에 청와대 참모진, 정치인 등의 조문과 조화를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전날(29일) 별세한 강 여사의 빈소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됐다. 문 대통령과 유족들은 강 여사가 생전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점을 고려해 성당에 장례식장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이 전 수석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약 1시간 30분가량 성당 내에서 머무른 이 전 수석은 "빈소를 조문하지 못했다. 빈소에 가족들만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상황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만났느냐'는 취재진들의 물음에 "아까 잠시…"라면서도 "침울하게 계시는데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의원 역시 같은 날 늦은 밤 남천성당을 찾았지만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 측의 의사에 따라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어 이날 오전 7시에도 남천성당을 찾았으나 조문하지 못했다.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김 의원은 "어쩔 수 없다"며 돌아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또한 전날 조문하러 왔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천성당 인근에 관사를 둔 오거돈 부산시장도 출근길에 남천성당에 잠시 들렀지만, 조문은 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측은 화환과 근조기 등도 일절 받지 않지 않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근조기 역시 성당 입구에서 경호팀에 의해 입구에서 돌려 보내졌다. 국무위원 일동 명의의 조화도 이날 오전 일찍 도착했으나 이 역시 반려됐다.
현장을 통제하던 관계자는 "화환이나 근조기는 일절 받지 않는다"며 "오늘 대통령 가족 외에 다른 친척들도 아직 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출입을 허가해 주고 있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 장례와는 별개로 오늘 남천성당에서 미사를 보러 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제외하고 주영훈 경호처장과 이정도 총무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과 최상영 제2부속비서관만 자리해 문 대통령 내외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향년 92세로 별세한 강 여사의 장례식은 고인의 뜻에 따라 조촐한 가족장(3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됐다.
천주교 부산교구에 따르면 강 여사 장례미사는 오는 31일 오전 10시 30분 남천성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경남 양산의 부산교구 하늘공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며 "다행히 편안한 얼굴로 (어머니의) 마지막 떠나시는 모습을 저와 가족들이 지킬 수 있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