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0여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중 무역분쟁 악화로 1220원을 웃돌던 환율은 이제 1160~1170원대에서 하락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께 환율이 달러당 1150원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과 경제성장률에 적잖은 타격도 예상되고 있다.<관련기사 3면>
23일에는 이틀간의 하락분을 일부 반납하며 1172.4원에 마감했지만, 지난 2일 1206.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환율은 20여일 만에 30원가량 급락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서명이 임박했으며 2단계 협상은 더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고, 위안화와 연동된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됐고, 오는 29~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전망이 강해진 점도 반영됐다.
영국 브렉시트는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노딜' 위험은 줄면서 달러 약세에 힘을 보탰다. 영국이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경우에도 브렉시트 기한이 또 연기되면서 '노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서서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약세를 보인 원화가 추세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정책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는 흐름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연말까지 1150원대 진입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00원을 넘어 올해보다 상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내년에도 이런 경향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달러화는 약세가 연장될 만한 요인들에 둘러싸여 있어 연말 내지 내년 1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 연말을 향해 갈수록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