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올 연말 이후 물가가 0%대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장기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7월(-0.3%), 8월(-0.6%) 이후 석 달째 하락세다. 하락률은 2016년 9월(-1.1%) 이후 3년 만에 가장 컸다.
9월에는 농산물(-12.8%)과 축산물(-4.2%)에서 낙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하락한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12.3%) 물가도 내렸다.
정부는 "수요 측 상승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두 달 정도 0% 내외에 머물다가 연말경 반등, 내년 이후에는 연 1%대로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밑도는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 일본식 장기 불황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지표가 감소한 뒤 어느 정도 오르는 기저효과는 당연한 현상인데, 이를 두고 경기 회복 국면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주력 산업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핵심 수출 품목인 D램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4%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가 악화하고 있어 국내 경기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27년 만에 최저치인 6.0%으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대중(對中) 수출은 20.2% 감소했다. 중국의 9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수준에서 굳어지면 수요 부진과 저물가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통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정부는 수요진작책을 마련해 저물가 상황이 경기부진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