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도전과 과제] 김동관 한화 전무, 친환경으로 가업승계 힘 싣는다

2019-10-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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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주력 에너지부문 승계 전망…태양광발전소 수익률 유지로 능력 보여야

한화종화, 빅딜 후 배당 없어…IPO 후 3세 승계 자금 마련용 거론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왼쪽)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오른쪽)가 1월 23일 다보스 포럼에서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배 스완 진(Beh Swan Gin) 회장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사명을 논의했다. [사진=한화 제공]

[데일리동방] 한화가(家) 삼형제가 지주사 에이치솔루션 중심으로 경영 승계 발판을 쌓고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태양광 사업으로 그룹 지배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분·태양광으로 장남 김동관 전무에 초점

한화 일가는 장남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은 22.65%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지분은 아버지 김승연 회장 다음으로 높은 4.44%다.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셋째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은 각각 1.67%씩을 갖고 있다. 형제간 우선주 지분율도 차이를 보인다. 김동관 전무 우선주 비율은 아버지(6.4%) 다음인 3.75%이다. 반면 차남과 삼남은 우선주가 없다.

김동관 전무는 2013년 이후 한화큐셀 소속이었다가 2018년 11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출범할 때 한화큐셀 영업사업권을 넘겨받으며 소속이 이곳으로 바뀌었다. 김 전무는 2010년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해 회장실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과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한화큐셀 상무 등을 거쳤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하고 지난해 11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로 소속을 옮겼다.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를 나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국제적 감각과 인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부터 다보스 포럼에 해마다 참석하며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자료=한화]


한화 승계 밑그림은 장남 김동관 전무가 화학·에너지와 방산사업, 둘째 김동원 상무는 생명과 손해보험 등 금융업, 셋째 김동선 전 차장은 건설과 백화점사업을 물려받는 구도로 알려졌다. 김동원 상무는 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머니2020 아시아’ 컨퍼런스에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태국 최대그룹 CP그룹 등과 협업을 논의했다.

김동선 전 차장은 2017년 친목 모임에서 변호사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올해 초 독일에서 말 농장을 인수해 운영하고 요식업에도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4일에는 전국체전 승마 일반부 마장마술 결승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를 두고 경영 복귀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형제 경영권 승계 양상은 또 하나의 지주사인 에이치솔루션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100% 삼형제 소유지만 장남 지분이 제일 많다. 김동관 전무가 50%,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 전 차장이 각각 25%로 형제 간 지분 차이가 한화와 비슷하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은 한화종합화학 지분율이 각각 39.16%, 36.04%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토탈 주식 50%를 확보해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한화케미칼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한화 지분율은 36.88%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지분율을 점차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소유주식 변동 보고서 제출일 기준 9월 23일 한화 보통주 3.55%에서 같은달 27일 4.2%로 신고했다. 우선주 역시 3.7%에서 4.8%로 늘었다. 삼형제와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율을 합치면 11.98%다.

김동관 전무는 태양광 사업 중심으로 승계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2010년 시작한 태양광 사업은 올 상반기 매출의 10.81%를 차지했다. 금융업(55.46%)을 제외한 주요 산업인 화약제조업(12.47%)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내년 1월 1일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한화케미칼에 흡수합병된다.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에 적을 둔 김 전무가 연말 한화케미칼 부사장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케미칼 태양광 영업이익은 2017년 143억원에서 지난해 107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16억원으로 뛰었다.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부문 매출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6.97%에서 올해 상반기 10.81%로 올랐다.

태양광 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고 있다. 2009년 이전까지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정책적 지원을 폈지만 2011년 이후 보조금 축소와 유럽 재정위기 심화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한국산 태양광 전지와 모듈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승인했다. 관세 차등 적용으로 2.5GW 이상 국내 태양광 전지는 1년간 30%에서 4년차 15%까지 적용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신규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제한하고 보조금도 축소했다. 다만 미국은 2021년까지 투자세액 공제제도가 있고 중국은 설비가격이 떨어져 소형 태양광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인도는 2022년까지 태양광시장을 100GW로 확대할 방침이다. 중동, 동남아 태양광시장도 정부 지원 정책으로 연평균 21% 성장이 전망된다.

국내에서 태양광은 문재인 정부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들어맞아 임기 내 성장 가능성이 높다. 2017년 기준 7.6%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는 풍력과 태양광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케미칼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충북 진천과 음성에 공장을 세웠다. 충남 당진 석문호에는 100MW 규모 수상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추진중이다. 120만㎡ 넓이로 축구장 168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1.7GW 규모의 모듈공장을 건설했다. 내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흡수합병으로 태양광 사업이 단일화돼 사업 효율성 극대화도 예상된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사업 수주에 성공해 미국 하와이 오와후섬에 52MW 규모 태양광발전과 ESS 배터리 용량 208MWh를 연계한 발전소를 20년간 운영하게 됐다. 현재 멕시코에서 125MW 규모 발전소도 짓고 있다. 이밖에 일본과 인도, 터키 등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중이다.
 

미국 하와이 오와후(Oahu)섬 태양광발전소 현장. [사진=한화]

◆에이치솔루션 가치 올리기 집중

한화의 태양광 사업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에이치솔루션의 역할이다. 태양광사업은 폴리실리콘→잉곳(폴리실리콘을 원통으로 제조)→웨이퍼(잉곳을 절단)→셀→모듈(개별 셀을 배열한 사각형 집광판)→태양광발전소로 구성된다. 폴리실리콘은 한화케미칼, 셀과 모듈은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이 맡는다.

태양광발전소 관련 기업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 한화솔라파워는 모두 에이치솔루션 지배를 받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최대 주주(39.16%)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솔라파워 지분 100%를 가졌다. 한화 삼형제가 모든 지분을 가진 에이치솔루션의 가치가 높을수록 승계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핵심사업과 신사업에 22억원 규모로 신규투자한다. 이 가운데 9조원이 태양광 사업에 투입된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움직임도 예상된다. 삼성종합화학주식회사였던 한화종합화학은 2015년 양사 빅딜 이후 배당이 없다. 지난해 이 회사 영업이익은 4771억2200만원이었다. 한화는 삼성과 주식매매 계약 당시 2021년 4월까지 한화종합화학을 기업공개(IPO)하기로 했다. 삼성물산(20.05%), 삼성SDI(4.05%)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측은 배당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화에너지가 해당 지분을 확보한 뒤 배당해 3세 승계 자금 마련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화에너지도 현재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추진중인 한화시스템 기업공개도 지분을 가진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지구를 살리고 가업도 잇는 일석이조 지배구조를 만들고 있다. 승계 명분은 실적이 세워준다. 태양광은 각국 정부 정책이 영향을 주는만큼 탈원전을 내세운 현 정부 임기 내에 국내 성과를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유럽에서 태양전지판 수입제한이 풀린 중국산 제품과 가격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한화가 공략하는 수상 태양광시장은 500조원 규모로 예측된다. 회사는 2050년 전세계 누적 태양광 설치량이 6.9TW에 달하고 태양광 산업 신규 투자 규모는 2050년까지 약 3조8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장기적으로 김동관 전무는 업황이 등락을 거듭하는 태양광사업 수익률 유지에 힘써야 한다. 한화케미칼 태양광 영업이익은 2015년 784억원에서 2016년 2125억원으로 뛰었다가 2017년 143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107억원 적자를 냈다가 올해 상반기 816억원으로 뛰었다. 김 전무는 이후 널뛰기식 업황을 극복하고 향후 분야를 넘나드는 그룹 전반 경영 능력 역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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