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서울 강남 집값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펴봤다.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경북·경남·충북은 최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울산·충남·강원·부산도 10% 이상 하락했다. 집값 하락세도 장기화되고 있다. 충북·경북·충남·경남은 40개월 이상, 제주·울산·부산·강원·전북은 20개월 이상 하락하고 있다. 아파트 시세 기준으로 경남 거제·창원, 울산 북구 및 경북 포항 북구 등은 최고점 대비 20∼30%씩 떨어졌다.
물론 지방 부동산시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다. 대구를 비롯한 일부 광역시는 나쁘다고 하기 어렵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악화가 곧바로 금융시장에 큰 위기를 발생시킬 것 같지도 않다. 지방 아파트 값이 최고점 대비 20∼30%씩 떨어져도 과거의 버블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본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경남 거제·창원, 경북 포항·구미, 전북 군산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는 지역 제조업의 침체가 부동산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금 제조업 침체가 우려되는 곳은 일부 지방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고, 글로벌한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IMF 신임총재는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이 90%나 되며,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연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미·중 간의 무역분쟁 등에 따른 제조업 위축과 민간투자 부진이다. 그런데도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낮고, 실질소득이나 소비의 증가율도 둔화되긴 했지만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제조업의 위축과 민간투자 부진이 당장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연준을 비롯하여 일부에서는 아직도 글로벌 경제가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금처럼 제조업 위축과 민간투자 부진이 지속된다면 가계와 부동산시장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미 제조업 기반이 크게 위축된 우리 지방 중소도시가 그 사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향후 제조업을 비롯한 국내 경기의 침체가 가속화된다면 지역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도 급속하게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수도권과 지방으로 지역 부동산시장이 양극화되어 있다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그런데 수도권 주택시장이라도 평택·오산·안성·안산과 같은 경기도 외곽지역의 주택시장은 지방보다 주택가격의 하락 폭이 더 컸다. 한편, 작년까지 활황세를 보였던 수도권의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최근 들어 매매가 하락과 거래량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지방이라도 광역시의 부동산시장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고, 지방도는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또한 광역시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상황은 아니다. 권역별 리스크를 비교해 보면 부산·울산·경남권이 가장 위험하다. 충청권은 재고 주택시장, 강원과 경남은 신규 주택시장의 리스크가 크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은 지역별·상품별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와 지방도라는 양극화 프레임으로만 부동산시장을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부동산정책도 차별화된 시장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2016년 24곳으로 시작했던 지방의 미분양 관리지역은 지금 38곳으로 늘었다. 거시경제 성장률 하락, 제조업 위축과 민간투자 감소세 등을 감안하면 지방 부동산시장의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정책의 시차를 고려하여 지금부터 지역별·상품별로 차별화된 부동산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