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재개발 보상비 달라" 美 투자자 상대로 ISD 소송 첫 승소

김민석 기자 2019-09-30 20:50

한국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서 처음으로 승소 판정을 이끌어냈다.

법무부는 미국 국적의 한국인 이민자 A씨가 재개발 과정에서 자신이 투자한 토지의 수용과 보상 과정이 한미 FTA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ISD사건에서 전부승소 판정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ISD는 FTA 체결국가가 협정상 의무나 투자계약을 위반해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대상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A씨는 지난해 7월 본인 소유 부동산의 수용 보상금이 부족하다며 한국 정부에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당시 A씨가 요구한 금액은 약 200만달러와 해당 부동산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정신적 피해 배상금 100만달러를 더한 300만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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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 실·국장급으로 구성된 분쟁대응단을 설치해 이번 사건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한-미 FTA에 따른 신속절차'를 신청해 본안 전 항변 사유에 대한 판단만으로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판정부는 A씨가 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가 다시 일부를 임대한 행위를 한국과 미국이 정의한 '투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이를 투자행위로 간주하더라도 A씨는 한미 FTA 발효 당시 한국 국적자였기에 이후 투자를 설립·확장·인수한 정황이 없어 한미 FTA에 보호되는 '적용대상 투자'가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혈세로 이룬 국부유출을 방지했다"며 "우리 토지수용제도의 자율성을 지켜냈고, 재개발과 관련한 유사 중재 사건이 다수 제기될 우려를 사전 불식시켰다는 점 등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