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내각 인선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역대 정권은 물론 집권 1기 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백악관과 내각의 주요 보직 후보자들을 지명한 것이다. 15개 부처 장관 지명자의 키워드는 ‘충성파’로 요약된다. 외교·안보 라인은 대(對)중국 강경파를 배치했고, 경제부처는 관세를 앞세워 무역에서의 ‘미 우선주의’를 실현할 인물들을 중용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에서 활동해온 인사들을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트럼프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브룩 롤린스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대표를 농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자문기구인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이었던 롤린스는 당초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롤린스는 2021년 4월 워싱턴DC에 AFPI를 발족했다. 그는 2020년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무렵 두 번째 임기에 대비해 정책 의제 정리를 담당하다가 재선에 실패하자 차기 집권을 돕겠다며 AFPI를 만들었다. 롤린스가 의회 인준을 통과하게 될 경우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인사 키워드는 충성심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를 관통하는 코드는 ‘충성심’이다. 트럼프는 대선 이틀 뒤인 지난 7일 대선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수지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하며 새 행정부 인선을 충성파로 채울 것임을 암시했다. 실제 경륜보다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옹호해온 인사들이 대거 뽑혔다.
예비역 소령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는 통상 예비역 장성을 임명하는 국방부 장관 자리에 지명됐다. 트럼프는 법무부 장관에 ‘충성파 중의 충성파’로 꼽히는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을 지명했지만 그가 성추문으로 낙마하자 또 다른 충성파인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곧바로 재지명했다. 본디는 트럼프 집권 1기 첫 탄핵 심판 당시(2019~2020년) 트럼프 개인 변호사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교육부 장관에는 프로레슬링계 억만장자이자 집권 1기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린다 맥마흔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임명했다. 맥마흔은 트럼프에게 거액의 선거자금을 후원하는 등 오랜 친분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충성파에 더해 대중국 매파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집권 2기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 국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대중국 강경파로 지목된다. 왈츠는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2021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위구르·홍콩 탄압 등을 이유로 미국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주장했다. 루비오는 상원에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등을 비롯해 다수의 중국 견제 법안을 주도한 바 있다.
‘경제 투톱’에는 트럼프가 내내 강조해온 관세 확대론의 신봉자들이 기용됐다. 앞서 상무부 장관에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한 데 이어 재무부 장관에 헤지펀드 키스웨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앉혔다. 이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중국을 겨냥한 고율의 관세를 앞세워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모든 외국산 제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센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3-3-3’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정책은 규제 완화와 에너지 생산 증대를 통해 연간 3%의 실질 경제 성장을 이루고, 현재 6%대에 이르는 GDP 대비 재정 적자를 3% 수준으로 내리며, 미국의 일일 석유 생산량을 300만 배럴 늘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가 그리는 2기 행정부의 밑그림에 폭스뉴스 관련자들이 여럿 등장하는 점도 관심사다. 숀 더피 교통장관 지명자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 각료급 2명이 폭스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이다. 또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 지명자도 폭스뉴스 쇼프로그램을 6년간 진행한 경력이 있고,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는 폭스뉴스 외부 논평가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