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8K TV 전쟁' 점입가경···이번엔 '코덱' 두고 신경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논란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화질선명도(CM·Contrast Modulation), 8K 영상재생 가능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엔 '코덱'을 두고 논쟁이 붙었다. 양사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하자, 막 개화하기 시작한 8K TV 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튜브 8K 재생은 LG만 가능"··· 삼성 저격

 
LG전자는 25일 8K TV 구매 고객에게 8K 영상을 재생하는 '업그레이더'를 연내 무상 제공한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를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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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장착하면 '유튜브 8K' 콘텐츠를 자유롭게 재생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 8K TV는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8K 콘텐츠가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8K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유튜브'이고, 이는 LG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7월 8K TV를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업그레이더와 같은 별도의 코덱을 TV에 넣지 않았다. 아직 8K와 관련한 표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코덱은 디지털 신호를 영상이나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8K TV를 비교·시연하는 과정에서 LG전자 TV가 8K 표준 코덱(HEVC)을 지원하지 않아 8K 영상이 담긴 USB를 꽂아도 영상 재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바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업그레이더를 연결하면 HEVC는 물론, 유튜브 8K 동영상 재생규격인 'AV1' 또는 'VP9'로 제작한 영상도 유튜브 사이트에서 바로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사(삼성전자)가 해상도와 무관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에 대해 불신을 갖게 할 뿐 아니라, 해상도라는 논의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면서 "경쟁사의 주장과 달리 자사 제품은 8K 영상재생(코덱)이 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삼성 "8K TV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꼴"

삼성전자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공격에 대해 "8K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것이 알려지자 뒤늦게 별도의 외부장치를 연내에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8K TV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또 "자사 8K TV는 업계 표준 코덱(HEVC)을 충족시키는 모든 동영상을 별도의 외부장치 없이 재생할 수 있다"며 "유튜브의 경우 별도의 8K 코덱을 사용하고 있어 유튜브와 호환 코덱에 대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8K 시장 참여에 대해서는 적극 환영하나, 건강한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표준을 확립하고 최적의 8K 환경을 제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8K TV 전쟁'은 이달 초부터 시작됐다. LG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8K TV의 CM값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이후 삼성전자는 LG전자 8K TV는 8K 영상을 재생하지 못한다고 반격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TV 시장을 이끄는 두 회사의 다툼이 극에 달하며, 한창 성장하고 있는 8K 시장 전체가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V 업계 관계자는 "자사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타사의 결점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8K TV 자체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시장 자체가 아직 미숙하다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강원 LG전자 TV소프트웨어플랫폼개발실장(상무)이 LG 8K 올레드 TV(오른쪽)와 타사 제품으로 유튜브 사이트의 8K 영상 재생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왼쪽 제품은 8K 유튜브 영상을 재생해도 4K 영상으로 보여주고, LG 제품은 8K 영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LG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