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산적한 외교 문제를 안고 유엔총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타고난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2년 반이 넘도록 별다른 외교적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뉴욕행에 오른다"는 전문가의 말을 실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성공을 자화자찬하겠지만 공허한 울림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과의 무력충돌 위험,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중단, 글로벌 무역전쟁, 베네수엘라 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무색하게 할 것이라는 것.
북한 비핵화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오르기 쉬운 언덕'으로 보일 것이라는 게 외교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바버라 슬라빈 이란 전문가는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외교 무대에서 치적으로 내세울 만한 극적인 순간을 찾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상대는 이란보다 북한이 더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다는 전망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협상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20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이 나라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적어도 3년 동안 내가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무협상에 앞서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케미'를 토대로 비핵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북한은 비교적 낮게 매달린 열매일 수 있다"며 "이미 협상 중이던 내용이 있고 볼턴이 떠났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말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등 일부 시설을 해체하고 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이 요구해 온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24일에는 한·미·일 3개국 북핵 협상 수석 대표들의 비공식 협의도 예정돼 있다고 일본 후지TV가 22일 보도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회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미·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들의 회동은 지난달 22일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