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이 9일 홍콩 타이포 지역에 소재한 츠산사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홍콩서 14주째 이어진 시위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로 표현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그는 홍콩 지도부에 "미래 주역인 젊은층에게 관용을 베풀어 그들이 빠져나갈 활로를 열어줄 것"을 호소하는 한편, 젊은층을 향해선 "큰 그림을 보라"고 촉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리카싱은 "비록 사람과 법이 충돌하더라도 정치문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을 생각한다면 수많은 커다란 일도 별일 아닌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공존을 위해선 역지사지 자세가 필요하며 홍콩이 이 난관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리카싱이 홍콩 시위 14주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홍콩 명보 등 현지 매체에는 '폭력'(暴力)이라는 글자에 붉은색의 금지 표시를 한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겉으론 홍콩 시위대 폭력행위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지 반중매체인 홍콩 빈과일보 등은 각 문구의 끝 글자를 연결하면 ‘원인과 결과는 국가(중국)에 있다. 홍콩 자치를 용인하라(因果由國, 容港治己)’는 글이 만들어져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듯한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리카싱의 모호한 표현방식을 두고 홍콩 정부와 시위대 사이에서 어느 한 쪽 편도 들지 않고 줄타기를 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지난 5일 리카싱 차남인 리처드 리(李澤楷)는 "홍콩은 폭력행위를 멈추고 법치를 통해 사회질서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흔들림없이 행하는 것에 달려있다"며 "폭력행위가 경기침체와 사회분열을 초래한 것에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지난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를 촉발시킨 송환법을 공식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홍콩 시위 사태는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정부 측에 송환법 철회 이외에도 완전한 민주선거, 시위 `폭동`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기소 취하 등을 요구하며 정부 측과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위가 중국의 올해 최대 행사인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홍콩 시위가 14주째 이어지면서 홍콩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홍콩 관광산업은 지난 8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악의 한달을 보냈다.
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을 찾은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줄어든 것.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 5월 관광객이 70% 가까이 줄어든 이후 16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홍콩의 지난 7월 소매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11.4% 줄었고,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며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