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10분 대법원 1호 상고심 선고공판을 연다. 항소심 선고 6개월여만이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5차례에 걸쳐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1회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대체적으로 사실이라고 보이지만 명시적으로 성관계를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고, 거부의사를 안 전 지사가 위력으로 제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는 김씨가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한 적 없다는 점이 핵심적인 판단기준이 됐다. 피해자 김씨의 학력이나 연령으로 볼 때 명시적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못할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1심은 "김씨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 경험도 상당한 사람"이라며 "김씨가 직장 내에서의 고용 안정 등의 면에서 취약했다고 봐도 안 전 지사가 김씨를 길들이거나 압박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은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적인 태도로 보는 편협적 관점이다"라며 "김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다"고 봤다.
또 2심은 "안 전 지사는 피해자가 자신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그 둘 사이의 내부사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면서 "안 전 지사가 적극적으로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다르게 봤다.
특히 "법원은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며 "개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 증명력을 배척하는 건 정의 형평에 입각한 논리적 판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됐다.
1,2심 판결이 엇갈리면서 대법원 최종판단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무엇보다 최근 판례로 정립되기 시작한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 어느 정도 선에서 작동하는지, 형사소송의 기본명제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