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종이 영수증’ 없앤 백화점·대형마트...연령대별 ‘호불호’ 갈려

2019-09-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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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고객 대다수, 전자영수증 '종이 낭비' 줄여 좋아

스마트폰 익숙치 않은 노년층, 종이 영수증이 더 편해

“매번 종이 영수증은 필요없다고 버려달라고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 없겠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13개 대형 유통업체와 환경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9일 ‘종이 영수증 없애기’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으로 유통업계에 종이 영수증이 모습을 감출 것이란 기대다. 

2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LOHB's) 용산역점, 다이소 용산아이파크몰점을 방문했다. 이마트와 롭스, 다이소는 이미 원하는 소비자만 전자영수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비교적 스마트폰에 능숙하고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은 종이 영수증 없애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활자가 인쇄된 종이 영수증이 익숙하고 스마트폰 활용에 취약한 노년층은 환경보다는 개인에게 오는 불편함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2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계산대에서 상품을 결제하고 종이영수증을 받고 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앱에서 미리 '전자 영수증 받기' 설정해야만 가능

“모바일 영수증으로 받을게요”

‘모바일’이라는 단어에 계산대 점원은 NFC 방식으로 결제되는 카드기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스마트폰 간편결제 수단으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계산대 점원도 모바일 영수증보다는 모바일 결제가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종이가 아닌 전자 영수증을 원한다며 직원을 이해시켰지만, 이미 발행된 종이 영수증이 출력됐다.

이마트는 전화번호나 적립 카드로 포인트를 적립한 뒤, 여기서 얻은 고객 정보로 전자 영수증이 발급되는 시스템이다.

처음 전자 영수증을 발급받는 절차는 다소 복잡하다. 미리 이마트 앱을 다운받아 회원 가입한 뒤, 모바일 영수증을 발급받겠다고 설정해야 한다.

이미 이마트 회원이어도 앱(애플리케이션)에서 모바일 영수증을 받겠다고 설정하지 않으면 종이 영수증이 발급된다.

또한 이마트 회원이어도 포인트 적립 등을 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면 개인 정보가 POS에 입력되지 않아 종이 영수증이 발행된다.

이처럼 사전 준비단계가 복잡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오소라씨(38·여·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는 “보통 영수증을 받아 버리는데 스마트폰으로 전자 영수증을 받으면 환경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자영수증은 환경보호뿐 아니라 지출 내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정혜미씨(37·여·서울 용산구)는 “이마트 앱에 들어가 한 달간 어느 정도 샀는지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에서는 모바일 영수증의 90일 이내 내용까지 조회할 수 있다.

반면 마트를 찾은 노년층은 종이 영수증이 없어지면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걱정했다.

용산역 앞에서 만난 이춘형씨(68·남·서울 마포구)는 “종이 영수증을 안 주면 스마트폰을 잘 쓸 줄 모르는 나이 든 사람들은 영수증을 어떻게 받겠냐”며 걱정했다. 실제로 이씨는 은행 직원 얼굴을 보고 업무를 봐야 안심이 돼 공과금, 현금 인출 등 모든 은행 업무를 ATM기로 해왔다.

 

이마트와 롭스 앱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영수증과 구매 내역 화면 [사진=이마트, 롭스 앱 캡처]



롭스와 다이소에서 전자 영수증을 받는 방법도 이마트와 비슷했다. 스마트폰에 미리 앱을 다운받은 뒤 전자 영수증을 받겠다고 미리 설정해놔야 한다.

전자 영수증이 유통업체 전반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아 아직은 어떤 형태의 영수증을 받을지는 소비자 선호에 따른 선택 영역이다. 이 때문에 사전에 전자 영수증을 받겠다고 설정해놔야 계산대에서 종이 영수증을 받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종이 영수증을 받을 일 없어 좋다는 반응이다. 용산역에서 만난 최민주씨(20대·여·가명)는 “평소 교환이나 환불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종이 영수증을 모아 놓았었는데 전자 영수증을 발급받으면 따로 영수증을 모을 일 없어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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