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총성 없는 韓·日 경제 전면전

201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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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차 경제 보복, 사실상의 비관세 장벽…韓산업 전반 공급 사슬망 끊기

당·정·청 "내년 日 대응 예산 1조+α" 천명…예산·세제 등 총망라한 대책

文대통령 "다시는 지지 않을 것" 전면전 선언…취임 후 첫 국무회의 생중계

정부, 1차 상응조치로 '日 화이트 리스트 배제'…靑, 지소미아 파기 꺼내나

8·15 전후 추가 보복 日, 당분간 게릴라式 보복…韓기업 신용등급↓ 불가피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함에 따라 경제 전면전을 둘러싼 양국의 치킨게임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 핵심 3종 소재(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이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경제 보복의 상시화'로 규정하고 최고 수준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기로 했다. 일본발(發) 2차 경제 보복을 한국 산업 전반의 '공급사슬 구조'를 정밀 타격하려는 노림수로 판단한 셈이다.

일본도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등 상응조치 추이를 보면서 '8·15 광복절 전후'로 금융 제한 등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일 교역은 1965년 국교 정상화를 맺은 지 5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사 2·3·4·5면>

◆文대통령 전면전 선언에 당·정·청 카운터펀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 세번째)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4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본예산에 '최소 1조원+알파(α)' 규모의 일본 경제보복 대응 재정을 편성하고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용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 전문기업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대상을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해당 법령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범정부 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도 발족한다. 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직후인 지난 2일 청와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한 문 대통령은 8분간 격앙된 목소리로 일본을 질타했다.

정부도 긴급 국무회의 직후 일본에 대한 첫째 상응조치로 '화이트리스트 제외' 맞불 작전을 개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타격을 입는 159개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소미아 재검토'를 시사했다.

◆백색국가 배제, 비관세 장벽··· 韓산업 공급망 빨간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일본이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데 따른 조치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다. 파국을 택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는 반도체를 넘어 한국 전 산업의 '가치사슬을 틀어쥐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당장 오는 28일부터 전략물자 1194개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받는다.

90일가량 소요되는 개별허가 과정에서 일본이 대량살상무기(WMD) 전용 등을 이유로 한국의 대일(對日) 수출 길을 원천봉쇄하는 '게릴라식 추가' 보복을 단행할 수도 있다. 일본의 조치가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4일부터 발동한 일본의 1차 경제 보복 이후 한 달간 허가된 반도체 소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실물경제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도 "일본이 지렛대를 가진 국면"이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인 미·중 무역분쟁과는 달리, 한·일 경제 전면전의 핵심은 '수량 규제'다. 경제구조상 중간재 수입품 가공을 통해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주요 2개국(G2) 무역 갈등으로 '수요 리스크'에 직면한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허를 찔리면서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수출이 7개월째 내리막인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내·외수 복합 충격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민의 'NO아베' 움직임에 연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4일 오후 신주쿠(新宿) 아루타 마에에서 반(反) 아베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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