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로 낮춰 잡았다.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 ‘5% 안팎’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다. IMF는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다만 중국이 최근 예고한 재정정책은 이번 성장률 전망에는 반영하지 않아 성장률 목표 달성 가능성은 열어뒀다.
IMF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5%에서 0.2%포인트 하향한 4.8%로 조정했다.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4.5%로 유지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성장률) 부진은 가계와 기업 신뢰도가 계속 하락하고 부동산 부문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3분기 성장률도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설명했다.
IMF는 또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축은 예상보다 더 깊고 길다. 특히 금융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소비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세계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세계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 7월과 같은 3.2%로 전망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7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3.2%로 예상했다.
IMF는 중국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내놓은 부양책은) 올바른 방향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최근 발표한 부양책 중 재무부가 발표한 새로운 조치는 성장률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세부 사항을 기다리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금융기관 지급준비율(RRR)과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특별국채 발행·재정 적자율 상향, 부동산 부문 화이트리스트(당국이 선정한 우선 지원 대상) 지원 확대 등 부동산 시장 지원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을 잇따라 내놨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재정정책 규모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IMF는 중국 부양책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IMF는 “내수 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부양책으로 국가 재정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면서 “특정 부문에 대한 보조금을 통해 수출 증대를 목표로 한다면 무역 상대국과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이날 워싱턴에서 개막한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지적하며 “전기차·배터리·태양전지·반도체 등 부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