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달려오는 동안 벤처‧스타트업계 동행취재를 다녔다. 그동안 만난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기대감을 내비쳤다. ‘힘 센 장관이 왔으니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벤처기업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를 하더라도 똑부러질 것 같다’는 후한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100일은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기엔 짧은 시간이다. 굳이 평가를 해야 한다면 100일 전후의 변화를 봐야한다. 벤처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 11일 강남구에서 진행한 ‘유니콘기업 육성 토크콘서트’에서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진행된 토크콘서트는 양방향 소통 행사였다. 예비유니콘,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등 각 이해당사자들이 박 장관에게 질문하면 즉석에서 답하는 방식이었다. ICT 분야 대비 소외된 제조 스타트업 지원 문제, 열악한 직원 복지를 해결할 지원책, 정부 조달 사업 기회 요구, 벤처펀드 규모 확대 문제 등 전방위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 박 장관은 이에 막힘없이 답했고, 현장에서는 (결코 인위적이지 않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토크콘서트 행사를 여러 번 다녀봤지만, 양방향 소통은 쉽지 않다. 업계에선 순번표를 뽑아 차례로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주최자는 “현장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양방향 소통은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쉽지 않지만, 자신감을 갖고 이를 해낸다면 업계는 희망을 갖는다.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기 직전에는 예비 유니콘기업에 특별보증을 지원하는 수여식을 가졌다.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하던 최대 금액은 30억원 수준이었는데, 스케일업을 위해 정부가 최대 100억원까지 보증하는 지원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기보의 보증은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결정이다. 불확실성이 큰 벤처기업에 100억원이나 보증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리스크다. 중기부와 기보는 이 리스크를 짊어지기로 했다. 입으로만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현장 질의응답을 통한 양방향 소통과 실무자와의 대화, 여기에 실질적인 지원정책 발표까지. 박영선 장관의 토크콘서트는 벤처업계의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 20개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업계와 소통하며, 조금씩 변화하다 보면 기대는 결과물로 바뀌어 있지 않을까. 벤처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믿는 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레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