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소기업계 최대 이슈로 꼽히는 노동현안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고통을 호소하는 중소기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부족했다. 전문가를 비롯해 업계 현장에서는 ‘중기부 장관이 업계의 어려움을
전달하지 못했고, 해결해 줄 대책도 없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 노동현안에는 ‘말 아낀 박영선’…현장 아우성에도 지원대책 전무
중소기업계는 박 장관이 현 정부 두 번째 중기부 수장으로 지목된 순간부터 ‘힘 있는 중진 의원’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의 기술탈취 근절 등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환경 개선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추진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부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도 적극 추진해 주길 기대한다”며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박 장관은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의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줬다. 4월 취임 후 중소기업계와 가진 첫 공식 간담회에서는 “솔직히 말하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규모별로 차등화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입장은 최저임금 결정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던 시점까지 이어졌다. 중기부 국장급이 처음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했음에도 회의 상황을 공유하는 데만 급급했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87% 인상됐다. 중소‧중견기업계는 ‘안타까운 결과-아쉬운 결정’라고 평가했고,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규탄대회를 전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러는 사이 중기부는 노동현안을 완충할 만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문제는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년부터는 50~299인 기업도 최대 주52시간제가 적용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299인 사업장의 18.5%는 노동자가 주52시간을 넘겨 근무한다. 5곳 중 1곳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도 20.9%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노동현안만 리스크가 아니다.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침체는 노동현안과 함께 중소기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같은 대외 리스크까지 겹쳤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장관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얘기해줘야 하는데, 이러한 목소리가 없었다”며 “중소기업을 대신해 국무회의에서 설득을 하고, 대변을 해주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 대책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현재 (노동현안에 따른 어려운)상황을 풀어갈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중소기업계가 어려워하는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제, 미중 무역분쟁 등은 모두 예상 가능한 위험 요인”이라며 “그럼에도 중기부 차원에서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꼬집했다.
◆ 미래 먹거리 고민한 100일…4차 산업혁명‧동반성장 제시
박영선 장관은 4차 산업혁명 대비와 동반성장 부문에서 의미 있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상생과 공존’은 박 장관의 핵심 정책기조다. 5월부터 추진된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기업)은 이 기조의 첫 성과물이다. 박 장관은 3호(네이버, 포스코, 신한금융그룹)까지 선정된 자상한 기업을 그간 최대 성과로 꼽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대검찰청‧경찰청‧특허청과 기술탈취‧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정‧중재할 ‘상생협력조정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확산 및 거래관행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해 범정부‧민관합동TF를 구성한 것도 상생과 공존의 연장선상에 있다. 29개에 불과하던 불공정거래신고센터는 40개로 늘었다.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을 3만개로 확대해 제조혁신을 가속화하고, 스마트공장의 진화를 위해 미래차‧시스템반도체‧인공지능(AI)을 육성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만들어 중소기업 보호‧육성에 대한 주요 정책‧계획‧이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토록 했다.
소상공인에겐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청년상인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청년상인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