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부회장은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 수출 규제에도 현대차와 도요타의 수소전기차(FCEV)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은 공고히 유지될 것”고 밝혔다.
그는 “도요타도 수소전기차 시장의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업계 1, 2위를 다투는 양사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일관계 경색으로 자동차업계도 일본 업체들과의 협업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답이다. 최근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양국 전자업계의 협력 고리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국제수소위원회 회장으로도 역임했던 양 전 부회장은 수소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수소전기차 시대가 10년 안에 본격화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변화가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 비전 2030`을 공개하고 향후 10년 동안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까지 수소 관련 산업에서 연간 2조5000억달러 규모의 시장 가치가 창출되고, 3000만명 이상의 고용이 이뤄진다.
그는 “수소전기차는 사업의 특성상 사적인 영역의 노력으로만 성장시킬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현대차와 도요타와 같은 민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사례로 들 수 있다”며 “최근 일본은 규제완화와 수소전기차 충전소 확대 등으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최근 자국 일반 주유소 내 수소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허가 등 20여개 규제를 완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까지 100개가 넘는 수소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했다. 향후 수소전기차는 물론 대형트럭이나 자전거, 가정용 보일러 등까지 수소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1월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 발표 등 관련 산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보다 늦은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16곳이며 2030년에는 500곳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같은 해까지 주요 국가의 목표치보다 크게 못 미친다. 일본 900곳, 독일 1000곳, 프랑스는 1100곳 등이다.
정 부회장도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 오찬에서 “정부를 비롯한 투자 공동체도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수소 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우호적인 환경과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양 전 부회장은 현대차의 친환경차, 전장기술 개발을 주도한 자동차 연구개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2004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전자개발센터 부사장으로 입사해, 연구개발본부장, 연구개발총괄 등을 거치며, 현대차그룹의 혁신에 기여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