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총통 美 뉴욕 방문 일정 마쳐…미·대만 우호관계 강조
14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카리브해 4국 순방에 앞서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서 이틀을 보낸 차이 총통은 이날 뉴욕 일정을 마치고 아이티로 출발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부터 18일(현지시간)까지 아이티·세인트키츠네비스·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세인트루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각국 정상과 회담할 예정이다. 귀국길에는 다시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이틀 밤을 보낸 후 22일 귀국한다.
차이 총통이 예정대로 모든 일정을 소화한다면 총 4박5일을 미국에 머무는 것이다. 이는 역대 대만 총통 중 가장 긴 기간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중국의 반발을 샀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에 무기 판매를 승인한 상황이라 차이 총통의 이번 미국 방문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우선 첫날 차이 총통은 주뉴욕 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에서 현직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17개 우방국의 유엔(UN) 주재 상임대표들이 마련한 환영연회에 참석했다.
이튿날에는 리처드 아미타지 전 국무부 차관보와 조찬 회동을 한 후, 미국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전화 회담을 가졌다. 이어 마이크론·시티은행·제너럴일렉트릭 등 미국 기업 대표들이 참석하는 미국·대만 기업 대표자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오후에 중국 문제전문가와 앤드류 나단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 등이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개최하는 비공개 대담에 참석한 후 대만 교민들과 만찬으로 일정을 마쳤다.
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차이 총통은 미국과 대만 간 관계를 강조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았다.
그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와 교류에 진전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양국 간 상호교류의 발전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컬럼비아대 연설에서는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일이라며 이웃이 이를 이러쿵저러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미국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중국을 비난한 것이다.
앞서 8일 미국 국무부는 대만에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이상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중국의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으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했다”며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대만, 중국 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에 없던 강경한 자세로 미국과 대만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기업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관영 언론을 통해 연일 미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 사평을 통해 미·중 관계에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평은 "양국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며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이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이성적으로 관계를 이끌어 간다면 수많은 이견을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면서 "양국은 심도 깊은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서 서로 의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사평은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각종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성이 양국관계를 주도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 이룬 공동인식은 미·중 외교를 붙잡아 주는 '이성의 닻'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도 환구시보는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비판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둥옌(東艷)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국제무역실 주임은 “미국이 중국과 무역협상의 ‘카드’로 대만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역효과가 될 것”이라며 “양국간 갈등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