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와 북핵 관련 논의를 위해 사흘째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차장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면담한 뒤 취재진을 만나, "스틸웰 차관보가 아시아를 방문해 (3자 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었는데 일본이 소극적으로 나오니까 안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아시아 첫 방문지로 일본을 찾은 차관보는 앞서 NHK 인터뷰에서 한·일 갈등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내가 (한·일 갈등상황에 대해) 중재할 예정은 없다"고 말하며, 개입보다는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김 차장은 내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 3자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선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일본 쪽에서 준비가 안 된 것"이라며 일본과 직접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이날 쿠퍼먼 부보좌관과 1시간 정도 면담했다. 김 차장은 쿠퍼먼 부보좌관과 "북핵, 미중 관계, 호르무즈 해협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며 "한·일 간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쿠퍼먼 부보좌관은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그런 얘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계획과 전략을 갖고 있는지 제가 먼저 물어본 것"이라면서 어떤 답변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김 차장 측에서는 '호르무즈는 지역 정세 논의 차원에서 일반적 의견 교환이었고 미측 답도 일반적이었다. 파병 논의도 전무했다'는 내용을 추가로 알렸다.
10일부터 백악관과 미국 행정부, 상·하원 인사를 두루 만난 김 차장은 "미국 측에서는 동맹국 두 나라(한·일)가 이 문제를 빨리 합의를 보고, 다른 도전적 이슈가 많이 있는데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입장)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피해가 미국 기업에도 미칠 수 있다는 데 대해 미국에서도 우려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이달 중순으로 전망됐던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북·미) 협상을 어떻게 해서 진전시킬 수 있는지 논의했고 쿠퍼먼 부보좌관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열어놓고 자주 통화하고 대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