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핵심 소재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현재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민·관이 힘을 모아 중장기적으로 첨단소재의 국산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민간 차원의 해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의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질 것으로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정부도 다급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일본을 향한 첫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대외 경제정책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소재의 국산화가 필수다.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이 자국 우선주의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나 의존은 큰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장기화·고착화되면 일본보다 우리 기업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확전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民)과 관(官)이 함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컨트롤타워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 수석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위기의식을 갖고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과 기술 상업화를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방법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 시장 조성자나 매개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여러 반도체 회사가 기술을 지원해 노하우를 축적했고, 공동 개발을 통해 현재의 공고한 체제를 구축했다. 우리나라 역시 국책 과제 등으로 지정해 관련 사업을 진행했지만 모두 흐지부지로 끝났다. 결국 자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서 무역보복 등의 위험을 낮추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인 셈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회에 한국은 근본적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면서 "대외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이겨낼 수 있는 근본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특유의 경쟁 우위 원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별 기업들의 자체 생존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재 부문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기업들이 자체적인 생태계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수출 다변화도 이뤄져야 한다. 중국은 국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대(對) 중국 비중을 낮추는 대신 신남방 및 신북방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미국이나 유로존 지역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국산화에 대한 투자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방법으로 문제를 봉합하고 풀어서 서로 윈윈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