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와 '경제 수도' 호치민을 가 보면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보이고, 건설공사가 활발하다. 20년 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도시 지하철(베트남은 연약지반이라 대부분 지상철)도 곳곳에 건설 중이다.
베트남에서 부동산 개발로 성공한 기업 중에는 싱가포르 기업이 가장 많다. 이들은 베트남에 남들보다 일찍 진출해 고급 주택지와 공단 용지를 저렴하게 불하받은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싱가포르 기업들은 부동산과 금융을 결합해 투자하는 데에도 탁월하다. 건축 설계나 건설 기술도 뛰어나 단가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하다. 고임금의 핵심인력은 싱가포르 출신이지만, 웬만한 업무는 현지인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가진 덕분이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외국기업들의 꾸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지속되는 데 크게 영향 받고있다. 베트남 산업구조도 노동력을 활용한 경공업의 단순 임가공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하이테크산업으로 이행되기 시작한 것도 산업발전의 기대를 가지게 한다. 또, 사회간접자본인 인프라(SOC) 건설이 활발하고 관광지 개발사업도 탄력을 받는 등, 발전 영역이 다양화됨으로써 점차 고도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가고 있다.
베트남은 이제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달 500달러 이하의 저렴한 인건비는 거의 모든 업종에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유교문화와 일에 대한 성실성과 높은 근로의욕은 우리의 정서와 많이 닮아 있다. 베트남인의 평균나이는 우리에 비해 20년 가까이 젊다.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도 기업이 진출하는데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향후 20년 이상 제조업 르네상스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은 돈을 벌면 공장을 증축하고 시내에 오피스 빌딩을 짓거나 구매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동남아 지역 국민들도 공장에서 일해 번돈으로 가장 먼저 하는 게 집을 마련하는 일이다. 집을 사는 것만큼 안전하고 실질적인 투자는 없다. 우리가 경험해 봐서 알지만 베트남 같은 발전도상국의 부동산 폭등은 예견돼 있다. 한국의 부동산 개발기업이나 건설사들은 이미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경제는 글로벌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모바일로 전 세계 부동산 매물을 검색하거나 매입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중국이나 싱가포르의 부동산 '큰손'은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이미 적지 않은 투자를 해놓고 있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나 현지 교민도 투자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베트남 아파트 분양 시장이 뜨겁고 '완판(完販)'이라고 떠들지만,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수요와 투기가 각각 절반 정도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나 건물 인테리어 방면에서 우리 것보다는 싱가포르 것을 선호한다는 특징도 있다.
우리는 제조업과 부동산 투자·투기에서 부를 창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 어디를 가더라도 토지를 중개하는 보따리상이 투자자를 유혹한다. “정부 내 핵심인사와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토지의 형질변경은 물론 인허가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 등등으로 유혹하는 브로커가 적지 않다. 간혹 정직한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토지를 취득하고 인허가를 얻어야 한다. 뇌물을 주고 일을 시작했다가는, 일의 진행이 오히려 더디거나 나중에 문제가 돼 엄청난 피해를 입을 소지가 많다.
물론 법과 제도가 덜 정비된 나라에서는 현지 공무원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아주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여기에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일정한 범위를 정해 한정적으로 인맥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베트남 부동산 시장 미래는 밝다. 위치가 좋거나 개발예정 부지는 지가(地價)가 이미 엄청나게 올라 있어 토지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동산은 항상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토지매입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너무 성급하게 고가의 토지를 매입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부동산 개발이 쉬운 일은 아니다. 베트남은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를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을 가진 나라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실력 있는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회계적으로도 완벽해야 한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함정과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기 마련이다. 조심 또 조심,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조평규 전 중국 연달그룹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