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은 갑질왕(上)] 쿠팡, 납품업체 옥죄기...오고가는 진실공방

2019-07-0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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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1兆 메우려 단가 후려치기…납품업체 “못 살겠다” 하소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10건 중 6건 유통대기업...소비자피해 심각

쿠팡 로켓배송 상품 주문 이미지.[사진= 쿠팡 제공]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공룡으로 떠오른 쿠팡의 갑질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대형 납품업체뿐 아니라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종업체도 ‘쿠팡의 갑질을 못 참겠다’며 들고 일어났다.

특히 대형 납품업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판매가격 차이로 중소업체들에게 시달리고 쿠팡은 수수료를 인상하려 해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쿠팡에겐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하면서 100조원을 넘어섰다. 38조원 규모였던 2013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3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시장 성장과 함께 가장 독보적으로 몸집이 커진 업체는 쿠팡이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주문한 다음날 상품이 도착하는 배송)을 선보인 후 현재 520만개가량의 로켓배송 상품을 구비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12개 물류센터를 24개로 늘렸다.

이 같은 물류 인프라 투자로 쿠팡은 지난해 연간 1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5%가량 증가한 4조4227억원으로, 이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독보적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문제는 유통 공룡이 된 쿠팡이 투자 확대에 따른 손실과 가격 인하 경쟁에 따른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LG생활건강과 위메프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쿠팡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신고했으며, 쿠팡의 눈치를 살피느라 신고하지 못한 납품업체들은 단가 후려치기에 ‘못 살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글로벌 위생용품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전반적으로 다 힘들다. 쿠팡의 적자가 1조원이라서 그런지 마진 남기는 데만 신경을 쓰더라”고 토로했다.

쿠팡에 기저귀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도 “쿠팡 채널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네고(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쿠팡의) 수준이 도를 지나치고 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중견 납품업체는 쿠팡과 계약 해지까지 검토 중이다. 한 생활용품 제조사 관계자는 “쿠팡이 적자를 제조업체 마진으로 채우려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소비자가 제일 싼 물건과 빠른 배송을 원하다 보니 쿠팡을 이용했다. 하지만 (쿠팡의) 비중을 줄이는 중이다”고 했다.

사실 유통 공룡의 갑질 문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상품판매 대금을 주지 않거나 판매촉진 비용을 떠넘기는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해 적발된 바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4~ 2018년 6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현황’에 따르면, 주요 유통사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해 공정위로부터 경고, 시정명령, 과태료 등을 부과받은 사례는 48건 중 30건에 달한다. 10건 중 6건이 롯데,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대기업이다.

유통 대기업의 갑질은 결국엔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이어진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지금 당장은 상품 가격이 인하돼 소비자에게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통 상위 업체에게 독점적 지위가 생기면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인한 상품 품질 저하와 가격 인상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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