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급식 대신 빵과 주스를 먹었다. 급식실 직원과 돌봄전담사를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날부터 5일까지 총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급식 대신 빵을 먹어도 즐겁게 점심식사를 했지만 학교 담당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파업에 돌입한 학교는 이날 10시 기준 1만428곳 중 3547곳으로, 대상 학교 급식실은 한창 분주해야할 시간에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서울 광진구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물기 없는 조리기구들을 보며 “오전 10시면 열심히 조리하느라 바쁜데 조용하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영양에 맞게 아이들에게 제공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밝게 웃으며 빵을 먹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들 급식을 뒤로한채 파업에 나선 것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B교감은 "조리 직원, 돌봄전담사들 모두 비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라며 "정년도 보장되고 급여도 박하지 않은데 이렇게 아이들 급식을 손놓은게 아쉽다"고 밝혔다.
돌봄교실 역시 우려했던 것보다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일반 교사들에게 업무가 얹혀졌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5921곳 중 단 139곳만 운영되지 않았다. 운영되는 돌봄교실이 한 그룹 당 7~8명이던 게, 여러 그룹이 한 그룹으로 모이면서 14~16명으로 늘어났다. 또 교사들은 돌봄교실을 시간대별로 계획해 담당하기로 했다.
학교를 떠나 급식실 직원과 돌봄전담사들은 이날 광화문으로 속속 모였다. 학비연대회의 4만여 명은 오후 1시부터 광화문광장에 모여 ‘전 직종 기본급 6.24%이상 인상(20년 기본급은 최저임금인상률 이상)’, ‘정규직 대비 근속급 차별해소’, ‘복리후생 처우 차별해소’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자식 클 때까지 비정규직 철폐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회의)는 사흘이라는 예정된 파업 기간보다 연장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아이들은 3일만 급식을 못 먹게 됐지만 더 기간이 길어지게 될 수 있어 정부와 시교육감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교총)은 "학교나 교원의 부당한 행위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나, 학생 교육을 위해 구성원이 협력해야 함에도 파업 명분을 쌓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며 학교와 교직사회를 공격하고 있다"며 입장을 내놓았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있었다. 이날 아이의 도시락을 챙긴 C씨는 "빵을 먹는다고 해서 도시락을 챙겨 줬다"며 "(파업이) 장기화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