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출의 30%를 담당하는 반도체와 자동차의 위기가 부품업체 등 협력사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연초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라는 업황이 '상저하저'라는 최악의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 차원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하반기 수출액도 20% 축소... SK하이닉스 적자전환 우려도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의 하반기 예상 수출액은 523억5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2분기 저점을 돌파해 하반기 상승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내년 봄은 돼야 한파가 멈출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올 상반기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업체의 체력이 고갈됐다는 점이다.
실제 오는 5일 지난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원대 초반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 14조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더욱 심각하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현실화되면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5조6000억원)의 10%수준에 불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가격이 원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양사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평균 가격은 3.31달러로 직전 달보다 11.7% 하락했다. 3분기 D램 가격 하락 폭도 10∼15%선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탁승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업전략본부장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 일본 수출 규체 등 여파로 하반기에도 예상보다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재고도 쌓여있는 상태라 가격이 언제 반등할지 점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확대 등을 통해 다시 반등할 때에 대비하고 있다"며 "다만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일부 부문에서 업무 차질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동차업계, 신차로 반전 준비... '생산성 유지 관건'
자동차업계는 반도체업계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외부 이슈뿐만 아니라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 등 내부 악재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5사는 지난 상반기 총 311만2878(CKD, 반조립제품 제외)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줄어든 수치다.
국내 완성차 5사는 하반기 신차를 대거 출시해 만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생산성 유지가 전제다. 하지만 임단협이 걸림돌이다. 현대차의 경우 정년 연장 등 노사 양측 견해를 좁히기 어려운 사안이 안건으로 올라온 상태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달부터 올해 임단협 협상에 돌입하지만, 벌써부터 지난해처럼 끝 모를 싸움을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GM 노사도 임단협 교섭 장소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최저임금 처벌유예가 종료돼 안 그래도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임단협 등의 문제로 골치를 겪고 있다"며 "수출이라도 잘되면 좋지만 대내외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대외악재로 인해 우려가 현실이 돼, 하반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법인세 등을 보완해 업계의 숨통을 틔워줘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