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태로, 민주당이 사개특위를 선택할 경우 자연스럽게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게 된다. 이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야3당의 반발이 거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을 것과 정개특위 활동 종료 시점인 8월 31일까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하라는 한국당의 집요한 떼쓰기에 굴복하고 말았다”며 “이번 합의로 정치개혁 논의의 주도권이 반개혁 세력인 한국당에게 넘어간다면 선거제도 개혁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난감한 상황이다. 원내 과반에 못 미치는 의석(128석)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야3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정기국회를 앞두고 중폭 개각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여야 4당 공조가 없다면 한국당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국정감사·인사청문회·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회법에 특별위원장의 해임에 관한 조항이 없다는 것도 골칫거리다. 국회법 제47조는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은 그 특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그 직을 사임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임 절차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최악의 경우 심 위원장이 사임하지 않은 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개특위를 선택하기엔 사개특위를 지지하는 당내 여론도 만만찮다.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에도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보다는 검찰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하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토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뚜렷한 것 또한 사개특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의원들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을 당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여론을 수렴, 한 특위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