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그만 두려고 했는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년차 한상희는 매년 시드권을 얻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무명의 선수였다. 2014년 투어 데뷔 이후 4년간 한 번도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주로 2부 투어에서 뛰면서 시드전을 치러는 신세였다. 지난해 상금랭킹도 81위에 머물렀다. 그는 몇 번이고 골프채를 내려놓으려고 고민했다.
한상희는 21일 경기도 포천의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총상금 7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몰아치며 보기는 1개만 적어내 7언더파 65타를 쳤다. 대회 첫날에도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던 한상희는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한상희는 1번 홀(파5)에서 볼이 해저드에 빠져 보기로 1타를 잃었으나 이후 3~6번 홀에서 4연속 버디 쇼를 펼쳤고, 이후 버디 4개를 더 추가해 순위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한상희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나선 경기인데 운이 따라준 것 같다”며 겸손하게 소감을 전한 뒤 “그동안 퍼트를 늘 짧게 쳐서 이번에는 2m가 지나가더라도 좀 과감하게 치자고 마음먹었더니 퍼트가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한상희는 5m 이내 퍼트를 놓친 적 없이 25개의 퍼트로 하루를 마감했다.
한상희는 “쾌활한 성격인데 골프를 하면서 생각이 많아져 소심해졌다. 노력해도 안 되니까 더 힘들었다”면서도 “골프를 그만뒀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모처럼 기회를 잡은 한상희는 남은 이틀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다짐했다. 2017년 카이도 여자오픈 당시 최종 3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경기에 나섰다가 6타를 잃고 20위 밖으로 밀린 기억을 떠올렸다. 한상희는 “이번에는 좀 다를 것”이라며 “내 잠재력을 확인하고 다시 KLPGA 투어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민송이 이날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타를 줄이는 맹타로 한상희에 1타 뒤진 10언더파 134타로 단독 2위에 자리했다. '대세' 최혜진도 5타를 줄여 6언더파 138타로 공동 4위에 올라 우승 경쟁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아연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8위(5언더파 139타)에 머물렀고, 첫날 선두로 치고 나갔던 또 다른 루키 이승연은 5타를 잃는 부진으로 공동 29위(2언더파 142타)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