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토론에 앞서 박용진 의원이 현장에서 공개 공익제보를 접수했다. △건국대 △경성대 △배화여대 △부산대 △강원관광대 △상명대 △목원대 △국민대 △한국외대 등에서 공익제보자가 박용진 의원에게 각 학교의 비리 상황을 설명하며 제보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밝힌 사립대의 비리 유형은 재단의 횡령과 배임, 회계 부정, 채용 부정 등으로 대동소이했다. 눈길을 끈 건 수십 년간 이어진 사립대 비리가 근절되지 않은 이유가 교육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라는 제보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상명대에서 1인 투쟁을 하고 있다고 밝힌 연구자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신변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에 먼저 진정을 냈더니 감사관이 전화를 해 상명대에서 보자고 했다”며 “내부신고자에 대한 신변 보장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제보를 하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목원대에서 1992년 재임용에 탈락한 모 교수는 “교육부도 이렇게 비리와 부패가 많은 대학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립학교법 20조에 따르면 즉시 승인취소해야 하는데, 살인 인정하고도 판결 안 하는 판사처럼 교피아들이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학정책과에 다시 연락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의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우선 그는 “사립대 문제는 유치원의 확대복사판”이라며 “예산이 2조에서 7조로 늘었을 뿐 비리 유형은 재단의 횡령·배임, 회계부정, 친인척 운영 등으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눈치보기도 지적돼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유총의 집단행동과 무력시위에 질질 끌려서 교육부가 제대로 행동 못 했는데, 사립대 문제 역시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라며 “권한이 있는 집단과 조직이 먼저 반성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비한 감사와 솜방망이 처벌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은 “사립대 절반이 건국 이후 한 번도 안 종합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며 “규모가 크지 않은 회계부정이나 입시부정은 확인도 안 하고 넘어가니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의 이런 태도를 에듀파인을 거부하고 집단행동 일으키면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킨 한유총에 무력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봤다.
이번 조사는 박용진 의원실에서 지난 2월부터 6월 18일까지 4개월 간 교육부를 통해서 시행됐다. 전체 291개 대학에서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바된 재단횡령, 회계부정 등 사학비리 건수는 1357건이고 비위금액은 2624억4280만원에 달한다.
박 의원은 “비위 건수와 금액을 ‘0’으로 제출한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가 허위제출인 것으로 밝혀지면 향후 교육부에 행정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대화 상지대 총장이 ‘사학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높은 교육열과 낮은 교육 공공성의 미스매치가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정 총장은 사립학교법 개정과 더불어 사학비리와 사학분규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 표명과 실천, 사학비리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토론에서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비리법인 잔여재산 귀속제한 △사분위 정상화 심의원칙 법제화 △회계감사 강화 △비리제보자 보호규정 완화 △사학혁신기구 구성·운영 등 그간 교육부의 성과와 대처방안만을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는 “7월 초 사학혁신위원회가 제도개선 권고문을 권고해 제도개선하고 사학혁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의정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제도도 촘촘히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학교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하면서도 학생수 감소로 인한 부실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이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학교 운영 주체는 이사회인데 책임감을 가지라고 자필서명제를 도입하니 미리 서명을 해서 백지위임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이사회 결정 사항에 대해서도 이사장만 책임지는데 회의에 참여한 이사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에도 교육부에 다녀왔다는 김우정 경성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행정적으로는 많은 제도를 만들고, 신뢰회복추진단도 만들었다는데 실제로 우리 대학의 부당한 사항을 교육부에 호소하면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한다”며 정책은 계속 나오는데 해결되는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