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이 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은 알리바바가 아직 자본조달 목표치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으나 IPO 규모가 2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콩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2010년 AIA그룹(204억 달러)의 IPO에 맞먹는 수준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크레디트스위스를 상장 주간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는 2014년에 이미 미국 뉴욕증시에 진출했다. 이때 조달한 자금은 역대 최대인 250억 달러에 달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홍콩증시 상장을 원했지만 홍콩거래소 제도와 상충해 뉴욕증시로 방향을 틀었다. 알리바바는 독특하게 회사 파트너들이 이사회 임원 과반을 임명하는 파트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당시 홍콩 규정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거래소가 상장 제도를 손질하면서 알리바바는 파트너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홍콩증시에 상장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음식 배달·여행 사업에서 메이퇀과의 보조금 경쟁에 쓸 재원을 확보하고, 어쩌면 메이탄과 텐센트 등 경쟁업체 주식투자자들을 뺏어오는 효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의 고속 성장과 중산층 급증 바람을 타고 순항하던 알리바바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그에 따른 중국의 경제둔화에 직면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설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서 두 번째 IPO를 실시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에서 벗어나 자본 조달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홍콩 증시는 중국 기술기업들의 새로운 자본조달시장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리샤오자 홍콩거래소 총재는 수 차례 홍콩시장이 알리바바를 놓친 걸 매우 유감스러워했다. 지난달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2차 상장 추진 소식에 “집을 떠나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며 반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