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의 함정...稅의 장막에 갇힌 재계] 가업상속세 공제 확대 빠진 '반쪽짜리' 개편안

2019-06-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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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대상 기업 '3000억원 벽' 못 넘어…공제 대상‧한도 유지 가닥

중기업계 “비상장사, 처분도 힘들어…이전 비용 줄여야”

“세율 OECD 평균으로 낮춰야 실효성” 목소리도

정부와 여당이 11일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체계적인 가업 승계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 정부가 재정확대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근본적인 지원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고, 업종 변경 허용 범위를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 후 고용유지 요건은 고용 인원만 기준으로 하던 종전 방식에서 급여총액 유지방식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뜨거운 감자였던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매출 기준은 현행 '3000억원 미만'으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외관상 상속 지원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제 제도 개편의 핵심이었던 대상 기업 매출기준이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라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공제 지원 사각지대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내용의 개편안은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11일 당정 협의를 열어 최종 조율 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 개선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최운열 의원은 "매출액 기준에 대해서는 당의 의견과 정부의 생각이 달라서 11일 당정 협의에서 최종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


재계는 개편안 발표 전부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업 오너들이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가업상속공제 사후요건만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기업을 매각하거나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공제 제도가 있지만, 공제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 실질적으로 가업승계를 할 수 있는 공제 제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공제 금액 자체는 적은 수준이 아니지만 요건을 맞추기가 어렵고, 못 지키면 (공제액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 이외에 대기업까지 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 상한을 폐지해 가업승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도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사전증여 지원이 부족한 만큼 관련 논의를 진행해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재근 한국금속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상속이라고 하면 개인적인 돈의 대물림으로 바라보는데, 30년 이상 지속한 경영기술과 인력, 노하우를 전달한다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평생 일군 사업은 누군가에게 전해져야 하는데, 대표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승계는 사전승계가 이치에 맞는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정확대 기조에서 벗어나 상속세율 인하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은 “일부 기업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적인 일도 한다”며 ”이런 잘못된 일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상속세 실효세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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