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8일 후쿠오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스티븐 므누신 장관은 두 정상이 오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양국 장관급 관료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이나 중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직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WSJ은 두 정상의 일대일 회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달 10일부터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협상이 다시 궤도를 찾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말 두 정상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후 5개월 동안 관세싸움이 중단되고 협상이 진행됐지만 지난달 10일 협상이 결렬된 뒤 아직까지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9일 예정된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만남을 두고는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일각의 협상 재개 기대에 찬물을 뿌렸다.
므누신 장관은 "만약 중국이 협상테이블에 돌아와 우리가 협상하던 것을 바탕으로 대화를 재개한다면 우리는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관세를 진행할 것"이라며 압박성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또 재무부가 지난달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어느 때라도 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무부는 당시 보고서에서 중국을 한국 등 8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렸다. 므누신 장관은 "위안 값이 1달러 당 7위안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만 해도 양국은 무역협상 타결로 분쟁을 일단락 지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협상 결렬과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재점화된 갈등은 이제 환율, 기업, 기술, 원자재, 안보까지 번지며 악화일로에 있다.
다만 아직까지 양측 모두 협상의 문은 열어두는 모습이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러시아의 한 포럼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강력한 무역과 투자관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 친구다"라며 유화적 발언을 내놓아 이목을 끌었다.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의 첸 웬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을 통해 무역협상의 운명은 두 정상의 만남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 불공정한 거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냈다"면서 "만약 미국이 기존의 협상 조건을 들이민다면 중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325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새로운 대중 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시기는 G20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달 시 주석과의 만남에 걸린 판돈을 끌어올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관세 대상이 아닌 중국산 수입품 3250억 달러어치에 최고 25%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