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알아서해야죠"...중소기업 울리는 공공기관

2019-06-03 17:35
  • 글자크기 설정

현지 파견 정부·공공기관 직원 냉랭한 응대에 수출 포기도

중기중앙회 설문서 "해외진출 정보 부족이 가장 애로" 꼽아

#최근 화장품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기 파주시의 한 중소기업 A대표는 중국과 베트남 진출에 필요한 수출 정보가 없어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답답한 심정에 코트라부터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사관까지 연락을 취했지만 어느 곳 하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수출 지원기관의 응대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중소기업의 한 임원은 얼마전 비즈니스 비자 발급 건에 대해 주 말레이시아 한국 대사관에 문의했다가 담당 직원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이 임원은 "직원이 '비자 발급을 왜 여기에 물어보는가. 말레이시아 이미그레이션(출입국 관리소)에 연락해보라'고 다그쳤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가장 큰 수출 애로로 '해외 진출 정보 부재와 기회 미흡'을 꼽았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수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대외수출환경 관련 중소기업 애로현황'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출이 어려운 이유로 '해외 진출 정보 및 기회 미흡'(26.3%)을 가장 많이 들었다. 수출을 하고 싶어도 관련 정보와 기회를 찾기 어렵고, 현지에 파견된 정부·공공기관 직원들의 냉랭한 응대가 수출 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수출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 수출 중소기업 대표는 "필리핀에서의 통관과 유통이 어려워 전문인력 지원과 수출 정보 등을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남의 일 보듯 뒷짐만 지고 있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결국 수출을 포기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에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절박한 심정으로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대행업체에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주고서라도 알아서 수출하라는 정부 대응을 보면서 배신감이 들었고, 지금까지 낸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호소했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유망한 수출 아이템이 있어도 초기단계에서 막혀 아예 날개조차 펴지 못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에서 수출 중소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시장 위축'(23%)과 '인력·금융조달 애로'(20%), '제품경쟁력(기술.품질)저하'(17.7%), '원화 환율 인상'(13%)도 중소기업 수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산재된 수출 지원 기능을 한데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중 무역분쟁과 환율 변동 등 수출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수출 동력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부처·공공기관별 수출지원 기관들이 따로 놀고 있어 소통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현지에 파견된 공공기관 직원에게 수출 지원 문의가 들어오면 그 즉시 코트라와 대사관 직원들에게 정보가 전해지고, 해당 민원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행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