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지주’ 한화그룹, ‘사업’과 ‘승계’ 외줄타기

2019-05-3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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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 상장·태양광 투자, H솔루션 전폭 지원...숨은 조력자 삼성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데일리동방]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H솔루션)이 향후 경영승계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그룹차원 태양광 투자가 발전소 부문에 집중된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화시스템 상장과 함께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처분 문제도 관심사다. 궁극적으로 H솔루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시장 상황도 문제지만 그룹 측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개의 지주’(한화, H솔루션)가 공존하는 가운데 승계문제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그룹은 외형상 사업재편을 보여주면서 경영승계와의 외줄타기를 하는 것을 보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는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 이달 들어 작년 최저가(주당 2만6550원)를 하회했다.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타 그룹 지주사 대비 유독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실적 부진 영향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3.3% 감소한 48조740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3%, 39% 줄어든 1조8061억원, 7993억원이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5%(11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0.4% 급락했다. 한화건설 실적 호조와 한화S&C, 한화큐셀코리아 연결 편입으로 매출액은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그러나 한화생명과 한화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 부진이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방산 부문 조업 중단도 실적 악화에 일조했다.

증권사들은 ‘저평가’라며 매수를 권유하지만 목표주가가 하향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밸류에이션도 중요하지만 이익전망이 상향되지 않으면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경기둔화 국면에서도 컨센서스가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평가’ 종목을 매수하기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6개월 전부터 이익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최근에는 그 폭이 다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전망 컨센서스가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12M forward EPS)의 기간가중평균 특성에 있다. 기업 이익이 늘면 다음해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반대 상황에서도 이러한 선형적 전망이 지속되는 탓이다. ‘어닝서프라이즈’ 기록 전에는 주가의 상승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한화 주가 부진 이유로 ‘3세 경영승계’를 지목한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H솔루션이 그 핵심이다. H솔루션은 ㈜한화의 지배력이 미약하거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한 그룹내 ‘두개의 지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H솔루션 몸집을 키워 ㈜한화와 합병하면 경영승계와 계열사 지배가 동시에 해결된다. 이 과정에서 ㈜한화의 가치는 낮고 H솔루션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화 3형제’의 합병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다.

◆한화그룹 22조 투자 중 태양광 9조...발전소 부문 집중 왜?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방산, 화학, 태양광 등에 향후 5년간 총 2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40%에 달하는 9조원이 태양광 사업에 투입된다.

태양광사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태양광 발전소 등으로 이뤄진다. 폴리실리콘은 한화케미칼, 셀과 모듈은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첨단소재, 태양광 발전소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 한화솔라파워 등이 담당한다.

이중 한화그룹이 집중하는 곳은 태양광발전소다. 그동안 모듈제조 집중 결과 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는 가운데 다운스트림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 진행 순서상으로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핵심은 태양광발전소 관련 기업 모두 H솔루션에 지배를 받는다는 점이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솔라파워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한화종합화학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39.2%)이며 한화에너지는 H솔루션의 100% 자회사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한화큐셀&첨단소재 출범이다. 지난해 한화케미칼은 100%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 유상증자(5028억원)에 참여했다. 한화첨단소재는 이 자금으로 한화큐셀코리아 지분 80.6%(당시 19.4%는 한화케미칼 보유)를 사들여 합병했다.

한화큐셀코리아의 기존주주는 ㈜한화(20.4%), 한화종합화학(50.2%), H솔루션(10%)이었다. 한화케미칼 자금 대부분이 H솔루션과 피지배사로 들어간 셈이다. 투자와 함께 지배구조개편까지 고려하면 H솔루션은 그룹 내 태양광 사업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한화그룹 지원 삼성그룹...한화종합화학 배당·지분변동 여부 주목

한화그룹은 승계와 사업 강화를 전략적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투자몰아주기’를 의혹을 사업진행(다운스트림 강화 당위성) 측면에서 이해시킬 수 있다.

투자 결과가 반드시 성공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룹 지원 사격은 H솔루션으로 향하고 있다. ㈜한화보다는 H솔루션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최근 몇 년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는 대목이다. 한화에너지는 H솔루션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배당여부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화종합화학이다.
 

[한화그룹 지분구조. 사진=KTB투자증권]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6%를 보유중이다. 한화케미칼도 36.05%를 갖고 있다. 여타 주주로는 삼성물산(20.05%), 삼성SDI(4.05%)가 있다. 과거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 과정에서 처분되지 않는 지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측은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IPO)와 동시에 처분할 것”이라며 “과거 베인캐피탈에 매각 시도가 불발된 후 한화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그룹은 배당 등 이익의 문제로 다투는 관계가 아닌 협력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한화그룹 입장에서 보면 태양광 투자 규모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PE가 2대주주(한화종합화학)에 오르는 것을 불편해할 수 있다.

PE는 배당 확대나 빠른 IPO 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는 비상장사 특성상 기업가치 측면 부정적 요인(자금유출)이 될 수 있다. 후자는 한화시스템 상장과 일부 연결된다. 통상 그룹들은 IPO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계열사 상장을 연달아 추진하지 않는다. 시장 수요가 분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 상장이 올해 혹은 내년 초로 예상됐던 상황에서 한화종합화학에 대한 상장 압박은 부담이 될 소지도 있었다. 삼성 계열사 덕에 시간을 벌어둔 셈이다.

빅딜 이후 한화종합화학 배당은 멈췄다. 반면 자회사인 한화토탈(구 삼성토탈)은 같은 기간 1조원이 넘는 배당을 했다. 한화종합화학 배당이 삼성 계열사로 흘러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이에 삼성계열사의 한화종합화학 지분 전량을 한화에너지가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곳간을 모두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한화의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 오는 2021년 4월 30일 전에 IPO를 한다. 한화그룹이 요청하면 1년(2022년 4월 30일)이 연장된다. 결국 한화종합화학 지분변동 혹은 배당여부 등이 한화그룹 경영승계 본게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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