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6년 광동제약, 국내 신약개발 '들러리' 전락

2019-05-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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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성원 부회장 취임 후 혁신형 제약 기업 잇따라 탈락

도전 피하고 쉬운 길만…작년 개량신약 1건뿐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사진=광동제약 제공]


광동제약이 창업주 최수부 회장의 56년 ‘최씨 고집’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반세기 넘게 한눈팔지 않고 제약 한 길을 걸어온 선대회장의 자부심은 국내 신약 27년 역사에서 들러리에 그쳤다.

특히 2016년 장남인 최성원 회장 취임 후 혁신형 제약 기업 지정 등에서 연신 고배를 마시며, 무늬만 제약사라는 평가가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펴낸 '2018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 속 '국내 개발 신약 및 개량 신약 누적 현황'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공동 개량신약 1건이 유일하다.

이마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개발을 주도하고, 광동제약은 유통망을 제공해 2017년 ‘공동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몸담았던 한 임원은 “한국유나이티드 제약이 연구개발(R&D)을 주도한 것이 맞다”면서 “광동제약은 넓은 영업망을 더하는 조건으로 참여했다. 광동제약이 공동 신약 타이틀을 가져가더라도 기술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있기 때문에 계약이 이뤄질 수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개발 신약은 SK케미칼이 항암제 ‘선플라주’를 선보이며 본격화됐다. 이어 2010년대 들어서도 경쟁사들은 개발신약 시장에서 광동제약을 앞서 나갔다. 종근당, 보령제약, 일양약품, 대웅제약 등 상위 업체만이 아니라 한림제약, 진양제약, 삼진제약 등 중소형사들도 신약부문에서 광동제약보다 우위를 점했다. 

광동제약의 부진은 곧 객관적인 인증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광동제약은 정부가 지정하는 ‘혁신형 제약 기업’에서 거듭 고배를 마시고 있다. 소위 10대 제약사 가운데 ‘혁신형 제약 기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곳은 광동제약이 유일하다.

광동제약을 제외한 10대 제약사인 종근당,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광동제약, 동아ST,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보령제약은 지난해 연말까지 모두 순차적으로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광동제약의 제약 사업 역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이 평가하는 인증, 개발 신약 현황 등에서 광동제약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는 지난 2012년(43개) 첫 도입이후 2014년 5개, 2016년 7개에 이어 지난해 12월 6개 기업이 신규인증을 받았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정(3년)받으면 국제공동연구 등 국가연구개발 우선 참여, 조세 특례 등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광동제약은 2015년 재평가에서 탈락한 이후 재진입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건일제약, 대화제약, 삼양바이오팜, 에스티팜, 이수앱지스, 코오롱생명과학, 파마리서치프로덕트, 파미셀, 한국콜마 등 1000억원 미만 규모 제약사 7곳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으며 광동제약은 체면을 구겼다.

광동제약의 뒤처진 제약 사업 역량은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광동제약은 2018년도 사업보고서에서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R&D와 영업력 등 핵심분야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수치는 반대로 가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한 해에만 제주삼다수 28.5%, 비타500 14.9%, 옥수수수염차 8.0%, 헛개차 5.6% 등 식음료부문이 매출의 57%를 차지했다.

생산규모 또한 지난 1년 동안 항암제류는 31만9000여개에 그친 반면, 비타500은 3억2400만개를 넘어섰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식음료 매출 증진은 최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원인이기도 하다.

다른 제약업계 오너 2·3세들이 신약개발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동안 최 부회장은 2017년 제주 삼다수 판권 사업 등 손쉬운 길만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광동제약은 소매용, LG생활건강은 비소매·업소용으로 쪼갠 구매여서 반쪽짜리 성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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