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무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최근 공표됐다.
이후 취업대상 제한범위를 관계·계열사까지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옹호론과,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악법이라는 반대론이 부딪히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경법 제14조는 5억원 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의 범위를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기업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제3자의 출자·근무기업, 공범의 출자·근무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A기업 임원이 배임·횡령 등으로 이익을 본 B업체에 이직이 보장될 경우 마음 놓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죄 판결을 받은 재벌 오너들의 경영 복귀다. 시행령엔 손해를 입은 자사로의 복귀에 대한 규정이 없어 배임·횡령 등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 오너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재벌 오너들이 받은 형은 대부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이른바 ‘재벌 3·5법칙’이다. 집행유예를 받은 재벌 총수들은 곧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개정안은 이 같은 기업 범위를 '범죄 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으로 확대했다. 시행령 부칙은 11월 8일 이후 배임·횡령 등 중한 경제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사람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시민단체와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4월 말 국무회의 통과 당시 직접 나서서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는 “재벌총수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거액의 횡령·배임죄를 저지르면 기업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돼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중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유죄판결된 범죄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국민적 상식은 물론 해당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강력히 반발한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과감한 투자 등 기업가 정신을 손상시킬 수 있는 제재"라며 "고의로 범죄의사를 가졌다면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배임·횡령 등 경제범죄는 적용범위가 넓어 경영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