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없다"
2005년 버스 업계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다.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지급하면 지자체는 준공영제를 통해 업계 적자를 보전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초 버스 업계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중앙정부는 고용보험기금으로 버스 기사 추가고용에 대해서는 1인당 연간 최대 1200만원, 기존 기사의 임금 감소분에 대해서는 1인당 연간 최대 480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서울과 부산, 경기 등 대도시는 대부분 준공영제가 도입돼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 주52 시간제가 이미 시행됐고, 그에 맞춰 근로시간 조정과 임금보전이 끝났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임금보전을 위한 재원조달을 위해 중앙정부가 1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금도 이미 내려 보냈다"고 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규모가 작은 시군의 경우 여건상 준공영제 시행이 쉽지 않다”면서 “경기도 내에서는 그런 시군과 버스업체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52시간제 시행이 수십년간 지속돼 온 관행을 바꾸는 것이라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라고 했다.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상황 인식이 다른 것으로, 버스 노조 주장을 인정한 셈이다.
■ 버스 노조, "업계 상황 모르는 탁상행정"
버스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노총 측은 ‘정부가 버스업계의 현장 사정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루 2교대 근무와 수당 중심의 임금제도, 지역·노선별 매출 격차 등 버스 업계 현실을 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는 게 노조측 시각이다.
전국자동차노조 위성수 정책부장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예산지원을 하지만 지자체 별로 재정자립도가 달라 손실금액을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는 곳이 많고 결국 그 부담이 운전기사들의 임금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기사들의 월급이 서울의 80%가량인데 준공영제가 실시되지 않은 곳이 많아 임금 보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파업에 적극적이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월 소득이 평균 100만원가량 줄었는데 정부 지원으로는 이의 절반도 보전이 안 된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최종국 경기지역 자동차노조 기획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저임금 구조에서 이전에는 하루 17, 18시간 일하면서 초과 근무 수당을 받아왔는데 7월부터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급여도 줄어든다"고 했다.
이처럼 버스 노조와 정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업계의 임금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점과 개선을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대목에 이르면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본급은 절반수준에 불과한데 시간외 수당 등 각종 수당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며 "요금 인상안을 마련해 경기도와 버스업계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 경우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을 각각 200원, 400원 올리는 방안을 국토부가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2500억원 정도의 매출 증가가 있을 것이란 게 국토부의 추산이다. 하지만 요금 인상의 경우 이용자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문제다. 지자체와 업계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버스업체들의 불투명한 회계와 비리구조 등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준공영제와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지원금이 업주들의 배만 불리고 기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정부와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위성수 부장은 유치원에서 도입된 에듀파인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이미 발표한 대로 감사와 회계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