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열 이유? “노동시장이 대학졸업장 신뢰 안해”…‘공동학위제’ 도입해야

2019-05-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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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원실·교육을바꾸는새힘·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주최

한국대학 서열, 의대→수도권사립대→지방국립대→지방사립대→전문대 순

국공립대 공동입시로 대학서열화 해소 제안

갈수록 심해지는 학벌주의와 대학서열주의를 해소를 위해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학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민 의원실은 8일 시민단체 ‘교육을바꾸는새힘’,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으로 ‘대학서열 해소 어떻게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대학서열 해소를 위해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학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해법은 요원해 보였다.

이날 발제는 김영석 경상대 교수가 ‘공동학위제를 통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실현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적 대학구조의 특징을 대학 서열체제와 연계해 의학계대학→수도권 사립대(법인화 대학 포함)→지방 국립대→지방 사립대 4년제→전문대 순으로 위계화 됐다고 분류했다.

대학 서열이 생겨나는 근본적인 이유로 김 교수는 “노동시장이 대학 졸업장을 신뢰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교육의 질이 균질하게 관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대학서열로 채용 적합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내 대학의 세계경쟁력 제고를 위해 5·31 교육개혁 기관평가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대학과 비교하면 질관리 기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김 교수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공학인증제를 도입해 국내 대학 질을 관리하려 했지만 실제 취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대학 서열이나 학점”이라며 “학벌 이외에 노동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대학교육의 질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그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제안했다. 국립대 연합체제 또는 네트워크는 2010년부터 논의돼 왔다. 그중 가장 활발한 논의의 대상이 돼 온 연합체제안은 서울대 폐지(학부개방) 또는 공동선발·공동학위를 핵심으로 하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안이다.

김 교수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가 학벌을 완화하면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 기제로 작동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문 분야별 교육프로그램 질 관리 △열악한 교수충원 부족 현상 개선 △학생 진로에 따른 모듈별 과목 수강 및 복수 대학 학점 취득 △국립대 공동학위(국가인증 졸업자격제) 실시 등을 제안했다. 또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서는 ‘국립대학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첨언했다.
 

[사진=윤상민 기자]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또 다른 국립대 서열화 초래할 수도…
이어진 토론에서는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해법들이 쏟아졌다.

첫 토론자로 나선 이재훈 서울3.1 민회 연구원은 먼저 현 교육제도가 값비싼 사교육 없이 서울대나 특목고에 갈 수 없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전 국민이 이 비효율적이고 비교육적인 경쟁에 뛰어들어 소수만 살아남는 경쟁을 하고 있는데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가 제안하는 공동학위제 도입에 대해 우려되는 문제로 그는 △지방 국립대 서열 강화 가능성 △현 재학생 및 졸업생의 반발 △9개 거점대 동시지원시 국립대 서열 강화 가능성 등을 꼽았다.

김학한 은평고 교사는 “대학서열체제로 인해 초중등교육이 왜곡되는 것은 물론 대학의 주체들까지 발전전략도 제약당하고 있다”며 “대학의 질 관리를 통해 일정 수준의 교육이 보편적으로 이뤄진다면 공동학위가 작동할 수 있다”고 김 교수의 발제에 동의했다.

또한 김 교사는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대학 간 학점교류 활성화로 공동학위 기반 마련 △학생부 교과전형 확대와 절대평가 도입하는 대입제도 개편 등을 현 단계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현 대학상황은 기울어진 운동장…대학평준화 아닌 대학균형화 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전북대 교수)도 대학연합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말을 보탰다. 반 원장은 “대학서열화 해소는 이미 교육에서 풀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립대 지원금으로 연간 1100억원, 사립대가 된 서울대에도 4500억원, 수도권 5개 우수대학에 각 3500억원씩 지원해주는 현 상황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대학평준화가 아닌 기울어진 이 상황을 균형화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 원장은 2010년부터 제기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넘어서는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를 제안했다. 그는 “개별 대학 간 경쟁 패러다임은 마감됐고 대학간 연계와 협력 패러다임과 집단경쟁력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대학연합체제를 통해 부족한 교육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초중등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으며, 고등교육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안한 한국형 대학연합체제는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에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 지역대학발전지원법도 제정해 국가 책무성을 강화한다.

2단계에서는 국공립대학을 △연구명문 △교육명문 △종합폴리텍(직업·평생 부문)으로 구분해 국공립대 연합체제를 구축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국공립대 공동 선발 및 공동학위제 도입 △공영형 사립대 확산 △국립대-사립대 간 연합체제 구축을 통해 한국형 대학연합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획기적 아이디어…“정부나 교육부에 기대선 안돼”
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교육과 노동시장에서의 병목 현상, 지위권력 독점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며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당위성에 공감을 표했다.

반면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김 교수는 국내 엘리트 대학의 병목현상을 꼽았다. 그는 “프랑스의 그랑제콜, 일본 세계대학랭킹 200위 대학 분포(7개 대학), 미국 세계대학랭킹 100위 대학 분포(50개 대학)은 국토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데 반해 국내 엘리트대학의 분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 선진국 대학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교원이 확보되지 않은 점도 약점으로 들었다. 그는 대학통합네트워크의 4개학과 교수인원과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 4개 학과 교수 인원을 비교하며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규모의 학문이 필요한데 국내 대학의 교원 수는 세계 유수의 대학에 비교해 매우 적다”고 비판했다.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대학이나 교육부는 방향성이나 아이디어, 비전도 없고 실행력도 없다”며 “시민사회가 더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위원장은 대학서열화 해소에 직접적인 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사립대 포함 △고등교육 재정 확보 방안 마련 △학생들의 입시 준비 부담 완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최수진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장은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이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한 번에 도달하기 쉽지 않기에 대학 내에서 먼저 그 가치가 공유돼야 한다”며 “교육부도 국립대 법령체계 정비 등에 더욱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지방 거점대가 서울대로 통합되면 교수들의 노력 없이 명문대 이름을 얻는다는 비판과 더불어 공동학위제로 인해 상향평준화가 아닌 하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김종영 경희대 교수는 “연 4500억원을 지원받는 서울대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들어온다는 것은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를 잃는 것을 의미하기에 가장 핫이슈”라며 “싸움을 통해서 쟁취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교육부와 정부를 설득하기보다는 시민사회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

발제를 맡았던 김영석 경상대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 정서가 대학을 사양산업으로 보고 있지만 대학을 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소멸해 가는 지역을 되살리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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