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728조869억원으로 지난달 말(725조3642억원)과 비교해 2조7227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이는 3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직전월 증가 폭(9조6259억원)과 비교하면 약 27% 수준에 그친다.
이달 말일까지 10일여 동안 비슷한 속도로 늘어난다고 해도 이달 증가분은 많아야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월 증가 폭과 비교해 약 43% 수준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가계대출은 올해 초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 지난 4월(4조1000억원)부터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3000억원 등 증가 폭을 키워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비롯해 전 금융권과 폭발적인 증가세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맞물려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당국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한번에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하자 눈치만 보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리 인하 흐름이 확대되면 재차 가계대출 오름세에 불이 붙을 수 있다. 가계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한국에선 가계대출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어서다. 이미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값은 전월 대비 1.27% 뛰었는데, 이는 2018년 9월(1.84%)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여기에 '영끌' '빚투' 수요까지 붙는다면 부채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금융당국은 적기에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이 '빅 컷'을 연내에 다시 한번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며 "추후 (시장금리는) 하방 압력이 더욱 크기 때문에 대출 관리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모니터링 강화 등 사전 대응 체계를 갖추고, 모든 (대출 규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