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 후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4%로 동결했다. 금리동결은 예상됐던 결과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성명의 변화였다. “필요시 추가 긴축이 단행될 것”이라는 문구가 사라지고 "물가상승률을 목표 궤도에 유지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터키 중앙은행이 비둘기(통화완화 선호)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25일 터키 외환시장에서 리라 가치는 장중 달러 대비 1.5% 급락,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를 찍었다.
터키 중앙은행이 경제 성장을 위해 통화완화를 요구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의 입김을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 그래도 시장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개혁을 중단하고 포퓰리즘 통화정책을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달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터키를 지목하면서 중앙은행의 완전한 독립을 촉구한 이유다.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든 낮추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한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이 터키에 등을 돌리게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다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것도 리라에 하압 방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터키의 러시아산 무기 구입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리라 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리라화는 4월 들어서만 달러 대비 5.5% 추락했다.
마크 챈들러 배녹번글로벌포렉스 수석 전략가는 “어려운 경제 환경에 형편 없는 정책이 추가됐다”면서 “리라 약세를 막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앞으로 터키 중앙은행이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할 위험도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