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기업 개혁 '속도'…'에어컨 1위' 거리전기 민영화?

2019-04-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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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전기 지분 15% 시장 매물로 나와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인수 가능성도

국유기업 민영화인 '혼합소유제' 개혁 일환인가


‘에어컨 왕’이라 불리는 중국 국유기업 거리전기(格力電器)가 민영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기업인 둥밍주(董明珠) 회장이 이끄는 거리전기의 주인인 거리그룹이 거리전기 지분을 대거 시장에 내다팔기로 하면서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유기업 민영화, 즉 혼합소유제 개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거리전기 '민영화' 작업 일환인가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거리전기는 지난 8일 저녁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거리그룹이 보유한 거리전기 지분 15%를 매각하기로 했다며, 인수자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로 인해 거리전기는 앞서 1일부터 6거래일간 거래가 중단된 상태였다. 거래 중단 직전인 지난달 29일 종가 47.21위안으로 계산하면, 이번 거리그룹이 시장에 매각하는 거리전기 주식 가치는 약 400억 위안(약 6조8000억원)이다.

거리전기의 최대주주인 거리그룹은 광둥성 주하이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지방 국유기업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거리전기의 지분은 18.36%다. 이번에 지분 15%를 매각하면 지분율은 3.36%로 낮아지며 발언권도 훨씬 축소된다.

만약 거리그룹이 보유한 지분 15%를 민간자본이 매입하면 거리전기는 사실상 국유기업 신분을 벗고 민영화가 된다. 사실상 혼합소유제 개혁인 셈이다. 혼합소유제는 중국이 추진하는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민간기업이 국유기업 투자에 참여하도록 해서 국유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국유기업의 민영화 작업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정부도 거리전기의 민영화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펑화강(彭華崗)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비서장은 지난 16일 거리전기의 지분 매각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상업성 국유기업의 혼합소유제 개혁은 해당 기업이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발전하는데,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만 된다면 모두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업성 기업은 국유자본이 절대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할 수도, 상대적으로 행사할 수도, 아니면 단순히 지분 참여만 해도 된다며 핵심은 시장과 기업 발전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업성 국유기업이란 주요 업무가 시장경쟁에 해당하는 국유기업을 일컫는 말로, 공공성 국유기업과 비교해서 부르는 말이다. 거리전기는 중국 가전시장의 간판기업인만큼 상업성 국유기업에 속한다. 펑 비서장의 발언은 사실상 거리전기의 민영화를 지지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것이다.

시장도 거리전기의 민영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선전거래소에서 거리전기 주가는 지난 9일 거래가 재개된 이후 이틀 연속 10% 상승하며 상한가를 쳤다.
 

[사진=거리전기]



​◆거리전기 새 주인은 누굴까

이제 시장은 거리전기의 지분 15%를 인수할 새 주인이 누가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리전기는 지난해 매출이 2000억 위안이 넘는 중국 에어콘 판매량 1위를 자랑하는 우량기업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2800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현재로선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이 지분 15%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둥 회장이 거리전기 경영진과 거리전기 2대 주주인 허베이 징하이담보투자유한공사와 공동으로 거리전기 지분을 매입할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징하이담보투자유한공사는 거리전기 판매상들이 만든 회사로 현재 거리전기 지분 8.98%를 보유하고 있다. 

둥밍주 회장은 중국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이다. 그가 2012년 거리전기 회장에 오른 이후 매출액은 2012년 1031억 위안에서 지난해 2000억 위안으로 두 배로 뛰었다. 지난 6년간 둥 회장이 거리전기를 재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선 거리전기 주인이 새로 바뀐다해도 둥 회장이 워낙 거리전기의 경영에 미치는 중요성이 큰 만큼 계속해서 회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후보자로는 중국 사모투자업체(PE)인 허우퍄오(厚朴)투자가 꼽힌다. 중국 증권정보업체 퉁화순은 허우퍄오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거리전기 지분 15%를 매입할 의향이 있다고 앞서 10일 보도했다.  허우퍄오 측도 현재로선 관련 사안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고 전해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2007년 설립된 허우퍄오투자는 골드만삭스, 테마섹 등이 투자한 PE로, 운영자산액만 2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허우퍄오는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상탕과기(商湯科技·센스타임),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징둥그룹, 쑤닝그룹, 푸스캉(폭스콘)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해당 기업들은 모두 관련 사실을 부인한 상태다.

류부천 중국 가전시장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거리전기에 거대한 불확실성이 생긴 건 맞다"며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이 호재일 수도 악재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누가 거리전기의 새 주인이 되냐는 것이라며 이는 둥 회장의 향후 거취, 그리고 거리전기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안신증권은 "거리전기는 혼합소유제 개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적 주주를 유치함으로써 지배구조를 완비하고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사진=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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