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전기(格力電器)를 이끄는 '여제' 둥밍주(董明珠) 회장이 미공개정보를 사전유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둥 회장은 거리전기의 주가마저 하락세로 돌아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
20일 중국 대표 테크 전문 매체 36커(36氪)는 둥밍주 회장이 때아닌 미공개 정보 사전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둥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제1차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순이익이 260억 위안(약 4조299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공식적으로 업계 예상 실적이나 분기 보고서를 통해 밝혀야 하는 내용을 이날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게 됐다.
'중국 상장사정보공개관리법'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내부 정보를 공식적으로 공개하기에 앞서 업계 내부자들은 미공개정보를 공개하거나 거래해선 안 된다.
이에 따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증감회)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증감회는 위반 여부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인 처벌 조치를 내놓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당국이 16년 만에 상장사 관리 규정을 뜯어고치는 등 상장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거리전기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둥 회장의 실언 여파는 계속 이어졌다. 거리전기의 주가가 곤두박칠쳐 이튿날인 17일에는 1.65% 하락했다.
거리전기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2~2014년 거리전기의 매출액은 993억1600만 위안, 1186억2800만 위안, 1377억5000만 위안이었고, 순익은 73억8000만 위안, 108억7000만 위안, 141억5500만 위안으로 크게 늘었다. 2015년과 2016년 중국 업계 전체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거리전기도 다소 주춤세를 보였지만 2017년 다시 오르막길을 걸으면서 매출액은 1482억8600만 위안, 순이익은 224억200만 위안을 기록했다.
거리의 매출은 전 세계적인 이슈다. 둥 회장이 2013년 한 시상식에서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에게 5년 안에 샤오미의 매출이 자사 매출을 넘으면 10억 위안을 주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이후 거리전기와 샤오미의 매출은 매년 주목을 받았다. 결전의 날이었던 지난 2018년 12월, 10억 위안 내기 시합 결과 거리전기가 이겼다. 당시 거리전기는 샤오미와의 출발선이 애당초 달랐다면서 1위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편, 둥 회장은 2019년 제1차 비공식 주주총회에서 둥 회장은 압도적인 득표율로 거리전기의 새 이사회 비독립 이사로 선출돼 거리전기 회장으로 재당선되는 동시에 회사 최고경영자(CEO)직도 연임하게 됐다. 2012년부터 거리전기의 수장을 맡아온 둥 회장이 향후 6년간 거리전기를 진두지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