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을 대로 곪았다. 걸그룹 2NE1 박봄의 마약 밀수입 논란부터 빅뱅 지드래곤과 탑의 대마초 사건, 작곡가 쿠시와 스타일리스트 양갱의 코카인 투약 등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벌어져 왔다. ‘쉬쉬’하던 YG의 해묵은 의혹들은 승리의 ‘버닝썬 사태’로 완전히 터져버렸다. 반복되던 사고와 안일했던 무마의 연속. YG의 사건일지를 톺아본다.
◆ 2011년 10월_지드래곤, 담배와 대마초도 구분 못 한 순수남?
7년 전이다. 전 세계 팬들을 넘어 아이돌의 우상이었던 빅뱅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2011년 10월 5일. 지드래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 모발 검사 결과 양성 판정. 검찰 조사에서 밝힌 이유가 황당했다. 지드래곤의 주장은 이랬다. “2011년 5월 중순 일본 클럽에서 모르는 일본인이 준 대마초를 담배로 착각, 한 번 빨고 바로 버렸다. 정말 순수(?)하다. 당시 검찰은 “초범이며 깊이 반성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지드래곤에게 기소유예 판정을 내렸다.
YG는 “많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으로서, 그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소속사로서, 더욱 조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때만 해도 ‘아, 실수구나’하고 넘어갔던 시절이다.
◆ 2013년 5월_가수 세븐, 군 복무 중 안마방 갔다가 ‘들통’
2년 뒤 또 YG 소속 가수가 비교적 가벼운(?) 사고를 쳤다. 2013년 5월 당시 YG 소속이었던 세븐의 이야기다.
세븐은 위문열차 공연 후 숙소를 이탈해 안마시술소를 방문했다가 들통 났다. 성실의무위반 및 근무지 이탈 등이 문제였다. 이 사건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며 ‘연예사병’에 관해 부정적인 시선을 빚어냈고 결국 세븐, 비, 상추 등을 마지막으로 군 복무의 ‘연예사병’ 제도가 폐지됐다.
세븐을 향한 비난은 팬들뿐이 아니었다. 당시 세븐의 여자친구였던 박한별은 물론 군 입대를 앞둔 수많은 남자 연예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 이후 세븐은 YG의 품을 떠났다.
YG에서 또 다시 마약 관련 사건이 보도됐다. 지드래곤 대마초 흡연 사건 이후 불과 3년 만이다.
2014년 6월 30일. 당시 2NE1이자 YG 소속이었던 박봄이 2010년 10월 국제 특송 우편을 통해 마약류로 분류되는 암페타민 80여정을 미국에서 들여오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에서 적발됐다.
암페타민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마약류 약품으로 국내에서는 금지돼 있다. 검찰은 박봄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암페타민을 처방받아 복용해왔다는 점 등을 참작해 입건유예 처분했다.
이때도 ‘마약 밀수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특혜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마약 밀수, 복용 사건에서 박봄과 같은 경우라면 대부분 무혐의 처분 혹은 입건 기소유예 처분한다”고 특혜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당시 양현석 YG 회장은 발 빠른 대처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섰다. 양 회장은 사건 보도 바로 다음날인 7월 1일 공식 입장을 내고 “박봄은 4년 전까지 미국 대학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받은 약을 수년간 복용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양 회장은 “바쁜 스케줄로 미국에 갈수 없게 되자 박봄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국내에는 금지된 약품으로 세관에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모든 정황과 증거가 인정돼 무사히 마무리된 일”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의 말대로 여기까진 무사(?)했다.
◆ 2017년 6월_빅뱅 탑, 또 대마초…
YG 소속 가수 마약류 관련 ‘3년 주기설’인가. 빅뱅 지드래곤에 이어 탑(본명 최승현)이다. 또 대마초 혐의다.
탑은 2017년 2월부터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 소속돼 의경으로 복무하다 입대 전 대마초를 흡연한 사실이 드러나 같은 해 6월 직위 해제됐다. 당시 탑은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11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받았다.
YG 측도 탑의 대마초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탑은 대마초 흡연에 대해 사과문을 게재한 뒤 약물복용으로 부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이후 탑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의경 재복무가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의경 신분을 박탈당했고, 지난해 1월부터 보충역으로 전환돼 용산구청에서 복무 중이다. 최근 탑은 평균보다 3배가량 많은 병가를 쓴 것으로 확인돼 병가 특혜 논란을 빚었다.
‘박봄 사태’ 때 적극적으로 나섰던 양현석 회장은 다시 입을 닫기 시작했다.
◆ 2017년 11월_쿠시, 대마초 넘어 코카인까지
불과 5개월 뒤, 탑의 ‘대마초 사태’가 잠잠해지기도 전인 같은 해 11월 대마초를 넘어 코카인까지 손을 댄 YG 소속 뮤지션도 있었다. 이번엔 래퍼 겸 작곡가 쿠시(본명 김병훈)였다.
자이언티 ‘양화대교’를 작곡해 잘 알려진 쿠시는 2017년 11~12월까지 지인으로부터 코카인 2.5g을 구입, 주거지 등에서 7차례에 걸쳐 0.7g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그해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 주택 무인 택배함에서 코카인을 가지러 왔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지난달 18일 쿠시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과 보호관찰, 약물치료 80시간, 추징금 87만5000원을 선고받았다.
쿠시는 변호인을 통해 “만성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치료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불면증으로 인해 잠도 이루지 못했다”며 “잘 아는 지인의 집요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마약이) 우울증과 불면증에 좋다는 말로 회유를 한 것을 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후회를 하고 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쿠시의 ‘코카인 사태’와 관련해 YG도, 양현석 회장도 어떠한 방식의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쿠시는 ‘양화대교’가 아닌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걸까.
◆ 2019년 2월_‘끝판왕’ 등장…빅뱅 승리 ‘버닝썬 게이트’ 열리다
‘3년 주기설’이 깨졌다. 그리고 ‘끝판왕’이 등장했다. 빅뱅 승리(본명 이승현)다.
2019년 2월 승리가 사내 이사를 맡고 있었던 강남클럽 ‘버닝썬’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진 뒤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 유착, 마약, 성관계 몰카 촬영·유포, 성매매 알선, 해외원정 도박 의혹 등이 고개를 들었다. 승리로 시작된 ‘버닝썬 게이트’는 동료 가수 정준영, 최종훈, 용준형, 이종현 등을 줄줄이 엮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한 겹씩 양파가 벗겨지고 있다.
승리는 지난달 11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이틀 뒤 13일 YG는 승리와 계약을 해지했다. 철저한 선 긋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YG와 양현석 회장은 이번에도 또 집 떠난 승리 뒤에 숨었다.
그러나 ‘승리(버닝썬) 게이트’는 결국 YG로 향하고 있다.
YG가 버닝썬, 유리홀딩스 등 승리 사업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 되고 있는 상황에서 ‘YG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국세청은 승리와 배우 박한별의 남편 유인석이 설립한 유리홀딩스 자회사 BC홀딩스의 자금 흐름도 추적 중이다. 또 양현석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홍대클럽 ‘러브 시그널’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YG는 승리와 연결고리를 끊기에 급급하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양현석 회장은 침묵하고 있다. 최근 YG 주주총회에서는 양 회장의 동생이자 YG 대표이사인 양민석이 재선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