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체육회, 태권도협회장 불법선거 사태 5개월 '메스대나?'

2019-03-2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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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수사 전개되자 대한태권도협회, 시체육회 줄줄이 조사착수… 지도자 대상 '1·2차 간담회'

거짓으로 시작된 상황은 그 거짓을 유지하기 위해 매사 또 다른 거짓을 만들어 낸다. 거짓으로 끝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사기로 이어지고, 거짓이 진실인양 풍문으로 떠돌게 된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을 일삼게 된다면 향후 진실이 밝혀졌을때 그 파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번지게 된다. 그렇게 거짓은 세종시 태권도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었다.

28일 세종시체육회가 태권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치뤄진 태권도협회장 불법선거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제1차 간담회를 열었다. 지역 태권도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협회장 선출 과정에서 제기된 부정선거에 대해 진상조사와 함께 지도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간담회를 주최한 세종시체육회 황성연 총괄팀장과 박준영 진상조사팀장은 1인 3분간의 발언 시간을 주고,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록했다. 이 기록은 내달 2일 열리는 제2차 간담회를 마무리하고 취합한 뒤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세종시 태권도협회 지도자(회원) 20여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행정구역상 신도심 지역에서 운영중인 태권도체육관 지도자들이 참여했고, 초반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될 우려도 있었지만, 시체육회의 제지로 1시간 동안 불법행위 진위여부에 대한 의견만 오고 갔다.

태권도협회장 불법선거 사태와 선거 이후 발생되어 왔던 불·편법에 대한 지적여론이 제기된지 5개월 만에 간담회가 개최된 것이다. 경찰 수사가 한 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면피용으로 뒤늦게 열린 간담회라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최초의 간담회라는 점에서 결국 시체육회가 '메스를 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와 주목된다.

특히 불의에 저항하며 울분을 삼켜왔던 지도자들에게 간담회 날 만큼은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지역 체육계 컨트롤타워인 시체육회가 공식적으로 발언의 기회를 부여해서다. 여기에 진상조사까지 진행중에 있는 상황이라 정상화에 대한 지도자들의 기대는 증폭됐다.

지도자들은 불법 선거라는 문제 제기에 나섰지만, 그동안 체육회는 침묵해왔고 태권도협회 측은 여론 수렴은 커녕 회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적대시해왔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선거 이후 포용의 모습도 없었다. 협회 측의 이 같은 대응은 반대로 지도자들을 더욱 공고히 규합시켰고, 의로운 분노로 일어선 지도자들이 집회 등을 통해 강력한 투쟁 의지를 내비치는 동기가 됐다.

수 개월째 항거해왔지만 '조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시체육회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어려움은 뒤따랐고, 뒤늦게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간담회가 이뤄진 만큼, 투쟁 속에서 정상화의 한줄기 희망이 되살아 났다는 분석이다. 불법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왔던 지도자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기뻐했다. 그동안 불법 선거를 제기한 지도자들에게 반대 세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협회는 급기야 회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 것은 태권도협회 주체인 지도자들을 상대로 발생됐었던 실제 상황이다. 선거 이후, 억압과 핍박을 해왔다는 현직 지도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게다가 투표용지 조작 등 불법선거를 통해 당선된 현 협회장을 지지했었던 특정 지도자들도 공정하지 못했던 선거였다라고 지적하면서, 부정선거를 문제삼으며 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태권도협회 해산, 또는 제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지도자는 "선거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고, 현재도 잘 운영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협회장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였던 한 지도자는 "임시운영위원회가 선거자료를 개봉해 확인했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알려진 것"이라며 스스로 자백하는 발언을 하기도 해 조작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협회장 불법선거의 실체적 진실을 알리고, 부패해진 태권도협회 정상화를 간절히 희망하는 지도자들은 "우리 태권도인은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제자들과 학부모들에게 민낯을 보일 수 밖에 없는 부끄러움은 있겠지만, 시체육회 조사에 적극 협조해 회원들을 기만하면서, 불법으로 장악한 체제의 계속된 기망행위에 더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간담회는 공개로 진행됐고, 참석자들의 동의 하에 모든 진행 과정이 녹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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