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일랜드에서 만난 청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단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뿐이었다. 과격한 발언에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이유를 들어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EU 역내에서 취업·거주 활동이 제한될지도 모르는데 왜 기성세대가 그 미래를 결정해야 하냐는 것이다.
태국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24일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유권자 5200만명 가운데 18~25세 유권자가 15%에 달해 젊은이들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BBC가 인터뷰한 26세 꼴타눗쿤 툰-아티루즈도 "8년 전에는 너무 어려서 투표권이 없었지만 이젠 다르다"며 투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태국이 8년 만에 치른 이번 총선은 군부 통치 체제를 유지할지, 새로운 민주주의의 막을 열지를 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투표 결과 친(親)서민 정책의 상징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추종하는 푸어타이당이 전체 지역구 350석 중 137석을 얻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500석을 기준으로 하면 과반에 못 미쳤지만, 상당한 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대한민국의 투표 가능 연령은 19세다. 1948년 근대적 선거제도가 도입될 당시보다 겨우 2살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3개 회원국이 18세 선거권을 인정한다. 오스트리아는 16세부터 선거권을 갖는다. 일본도 2016년 선거 연령을 기존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투표 가능 연령이 가장 높은 셈이다.
물론 선거 연령을 낮춘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법적·교육적 절차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다만 자신의 미래를 직접 결정하겠다는 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만한 가치는 있다. 북한조차 17세부터 투표권을 주고 있다. 기성세대가 만든 틀 안에서 '노오력'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