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검찰은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 착수 시기와 방식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과거사위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수천만원대 금품과 향응을 김 전 차관에게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전날 재수사를 권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차관 재수사 권고자료를 받아본 뒤 빈틈없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 갖고 있는 의혹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성실하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의 구체적인 조사 결과 보고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에 신중하게 수사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조계 고위층이 연루된 데다 최초 수사 과정에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이 개입한 의혹도 있어 특별수사팀이나 특임검사가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수사팀은 검사장급 간부를 팀장으로 해 전국 각급 검찰청에서 수사인력을 차출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사지휘나 보고체계 등을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어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되는 게 특징이다.
검찰총장이 임명하는 특임검사의 경우 최종 수사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면 돼 수사독립을 보장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제도가 현직 검사의 비위를 수사하기 위한 것이어서 김 전 차관 사건에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은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사위 재조사 결정을 반겼지만, 한국당은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빼고 자당 곽상도 의원만 타깃으로 삼았다며 반발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권고가 나온 점을 환영한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권력형 범죄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권력자가 저지른 천인공노할 범죄가 누군가의 비호로 6년째 진상규명조차 안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과거사위가) 곽 의원 바로 밑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 의원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왜 이렇게 곽 의원만 집요하게 괴롭히겠나. 문다혜씨 부부 의혹을 제기하니까 ‘곽 의원 입 막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사건 특검을 하자”면서 “여당이 정말 김학의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면 드루킹·김태우 특검에도 응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2)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법원의 공정한 판단”이라고 했지만, 한국당은 “사법부 장악 완료 단계에 들어선 좌파독재 위세를 보여주는 희대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영장이 기각되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의 청와대 개입 여부를 수사하려던 검찰 행보에는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김 전 장관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었고, 신 비서관 직속상관인 조현옥 인사수석 수사도 진행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