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동차, 유통, 이동통신, 항공 등 대형가맹점이 카드사들과 수수료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협상 결과 점검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점검 강도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고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마케팅 비용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대형가맹점이 일반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역진성을 해소하고 수익자부담 원칙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결과에 따라 연매출 30억~500억원 구간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0.22~0.3% 수준으로 인하하고, 대신 혜택을 많이 받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카드사와 현대자동차의 수수료 협상 진행 과정에서 재산정된 적격비용을 반영해 수수료율을 인상해야 함에도 현대차가 매출액 규모에 따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를 압박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에서 대형가맹점에 대해 적격비용 미만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다. 여전법에 따르면 카드사가 적격비용에 따라 카드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수료 협상 결과를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 있는 점검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라며 "만약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의 경우 여전법상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오려면 카드사가 적격비용 이하의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카드사가 마진을 적게 남기는 방식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당초 카드사가 요구한 1.9% 중반대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수수료율보다 0.09% 포인트 인상한 1.89%로 수수료율에 합의했다.
카드사들은 이번 주 자동차, 이동통신, 유통, 항공 등 대형가맹점과 본격적인 수수료 협상에 나선다. 카드사들이 제시한 수수료율은 유통의 경우 1.9%대에서 2.1%대로, 통신은 1.8%대에서 2.1%대로, 항공은 1.9%대에서 2.1%대로 각각 인상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수수료율 합의에 거의 이른 상태였으나 현대차와의 협상 결과를 보고 재협상하자고 말을 바꿨다"며 "다른 가맹점들이 매출액 규모면에서 현대차만큼 수수료 협상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현대차의 사례를 들며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