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은 지난 1월 서울시무용단장으로 새로 부임한 한국무용가 정혜진의 첫 안무작인 ‘놋-N.O.T.’(이하 ‘놋’)을 오는 5월23일과 24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정혜진 단장은 최현 선생의 고풍(古風), 한영숙 선생의 살풀이 및 승무, 김천흥 선생의 춘앵무(春鶯舞), 박병천 선생의 진도북춤 및 강강술래, 김수악 선생의 진주검무 등을 사사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를 이수 받았다. 서울무용제 대상과 안무상, 대한민국 무용대상 솔로&듀엣 부문 최우수작품상,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무용인상 등을 수상하며 빠르고 힘찬 독무와 예스러움을 잃지 않은 신명으로 우리 춤의 격을 지켜온 대표적인 중견 무용가이다.
특히 서울예술단의 예술감독을 맡아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푸른 눈 박연’, ‘뿌리 깊은 나무’ 등 6편의 가무극을 제작, 단체의 독창적인 브랜드 작품을 만들며 한국무용의 저변을 확대하고 이끌어가는 한국무용가로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무용단의 2019년 정기공연으로 오르는 창작무용극 ‘놋’은 정혜진 단장의 첫 안무작으로 서울시무용단의 변화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놋’은 ‘거기 아무도 없어요(N.O.T-No One There)?’의 약자로, 세대, 성, 이념, 정치, 경제, 사회 등 이 시대의 다양한 갈등 속에서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한국적 춤사위에 맞춰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작품은 치매에 걸린 80살의 할머니가 10살 소녀가 되어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70년의 세월을 건너 뛴 세상은 혼란의 연속이다. 소녀가 바라본 세상은 스마트폰으로 인한 대화 단절, 음악조차도 괴리한 청년층과 기성세대, 미투 운동 속 사회의 갈등. 권력을 가진 자들의 갑질 등 갈등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전쟁을 거친 사람들의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통의 현상을 바라보며 넘을 수 없는 선을 극복하고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한다.
정혜진 단장이 예술감독과 안무를 맡았으며, 최근 뮤지컬 ‘레드북’으로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오경택이 연출로 합류했다.
정 단장은 “서울시무용단은 창작의 산실이다. 취임 후 3개월 동안 단원들에게 ‘스스로를 비우라’고 했다. 비워야 창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의욕이 넘치고 열심히 함께 해주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놋’에 대해 “새롭게 호흡을 맞추어 정혜진 만의 색을 입힘과 동시에, 서울시무용단의 정체성에 맞게 한국무용의 전통성을 살리며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한국적 창작춤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안무의 방향을 밝혔다.
오 연출은 “‘놋’이 가리키는 ‘거기 아무도 없어요?’라는 질문은 물리적 존재에 대한 물음일 뿐만 아니라, 나의 진심을 알아줄 무언가를 향한 질문이다. 또한 제주방언에서 영감을 얻었다. 낯(面)은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는 형상이며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1차적인 통로이기 때문이다”고 작품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소통을 원하지만 서로의 선을 넘지 못한다. 소녀가 수많은 풍선을 등에 업은 채 아무도 넘지 못했던 커다란 선을 가뿐히 그리고 아주 자유롭게 넘는 것처럼, 우리들 모두가 서로의 선을 넘어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창작무용극 ‘놋’의 극작은 영화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연출가 김성란이 맡아 드라마와 춤의 연결고리를 보다 세밀하게 이어 짜임새 있는 대본을 만들어냈다. 또한 아크람칸무용단 출신인 현대무용가 김성훈이 조안무로, 작곡가 김철환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한국적 색채에 현대적인 세련된 움직임과 음악을 더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서울시무용단은 오는 5월 창작무용극 ‘놋’을 통해 한국의 춤사위에 현대적 움직임을 결합시킨 한국적 컨템퍼러리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종문화티켓과 인터파크티켓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