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의 49재가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렸다.
김복동 할머니의 49재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혜찬 스님, 권미경 연대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윤홍주 마리몬드 대표 등이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추모사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 탓으로 책임을 돌리며 더 큰 죄를 짓는 가해자를 꾸짖었던 할머니의 삶을 계승하겠다"고 말했고, 혜찬스님은 "김 할머니는 역사의 고통을 떨치고 일어나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활동한 이 시대의 진짜 보살이었다"고 추모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나 만 14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22세가 되어서야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위안부 피해사실을 증언하며, 일본의 사죄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김복동 할머니는 평생을 평화운동과 여성인권을 위해 헌신했다. 1992년 위안부 피해사실을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성운동가로 나섰고, 1993년에는 유엔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처음 파견돼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평생에 걸쳐 모은 돈 5000만원을 나비기금에 기부하기도 했다. 나비기금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중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해 기부하는 기금이다. 나비기금은 김복동 할머니의 돈으로 '김복동 장학기금'을 만들어 많은 피해 여성들을 지원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재일동포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남달랐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지난 2015년에는 넬른 만델라, 마틴 루서 킹 목사 등과 함께 국제 언론단체가 선정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웅’에 선정됐다. 지난 1월 할머니 별세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조문한 것은 김복동 할머니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