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섰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라면서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헤드셋을 쓰고 다시 한번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았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정신문에서도 전 전 대통령은 헤드셋을 쓴 채로 생년월일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네 맞습니다"고 답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조사해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설, 특히 조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허위사실로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서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전 전 대통령은 본인의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지난 1995년의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며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면서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319조를 근거로 들었다.
부인 이씨도 별도로 재판부에 편지를 전달했다.
한편, 재판은 한시간 15분 만인 오후 3시 46분쯤 끝났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